복자에게 / 김금희 / 문학동네 / 2020

제주 BOOK카페 ⑦

햄버거만 보면 김금희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문학동네, 2016)가 떠오를 정도로 그 책이 좋았다. 임철우의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현대문학, 2019)은 제주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연륜이 느껴져 완급 조절이 괜찮았다. 김금희의 소설 『복자에게』(문학동네, 2020)는 복자성당이 연상돼 반가웠다. 결국 독서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 읽는다.

1900년 서귀포 본당으로 설립돼 출발한 서귀포 천주교 교회는 모슬포 본당, 서귀 복자 본당, 성산포 본당, 효돈 본당으로 분리됐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YMCA 청년연맹과 서귀포민주청년회 소속 청년들이 복자성당 앞에 모였다. 이 소설에서 이영초롱과 고복자가 어린 시절에 함께 간 곳은 성당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듣는 X세대 둘은 할망당 앞에서는 리시버를 빼고 소원을 비는 크리스천이다. 

오는 추석 연휴에 제주도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면 이 책의 정서에 흠뻑 젖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제주도에 산다. 내년 봄에 고고리섬에 가서 청보리밭 물결을 보며 누군가에게 편지 쓸 생각을 하면 이 책을 캐리어에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년 봄이면 군산에 있는 초원사진관이 보이는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

발신인의 마음으로 읽으면 공감이 잘 됐겠지만, 수신인의 마음으로 읽으려니 자꾸만 턱을 괴게 된다. 일주일 전에 내가 일하는 작은도서관 위로 3층 주차장을 세운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의견을 들어본다며 앞으로 계속 소통을 하겠다더니 다음 날 도의회에 심의를 냈다. 다행히 반려가 됐다. 작은도서관의 의견을 안 들은 것 같다는 점이 반려 사유였다. 없을 뻔한 회의가 몇 번 더 진행됐다. 소통을 했다는 증거 사진으로 찍혀줬다. 

주차빌딩 건축이 도의회에서 통과가 됐다면 처음이자 마지막 회의였을 자리에서 받은 건축 계획에는 도서관이 없었다. 관장은 우리를 다슴애기로 본다며 위통을 호소했다. 주차빌딩 건축 비용 40억이면 도서관 100년 예산이다. 열람석 33석보다 더 많은 주차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발신인과 수신인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 편지의 감정이 달라진다. 소설 『복자에게』에서 이영초롱은 판사가 돼 간호사 고복자에게 편지를 쓴다. 세파 속에서도 법복 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건조하게 판결을 내린다.

1980년대에 영화 ‘미션’이 있었다. 가브리엘 신부는 남아메리카의 원주민을 불쌍히 여겨 주님의 사랑으로 선교한다. 아름다운 오보에 연주가 일품이었다. 식민지화가 선교라는 명분에 침략이 묵인됐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조선시대에 목사들은 대개 기근에 허덕이는 제주도 백성들을 구휼하는 선정을 베풀었다며 비석을 세웠다. 유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돌멩이로 그 비석의 성(姓)을 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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