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많은 축구 팬들이 열광하는 한·일 공동개최 2002월드컵이다.

  월드컵이 가까워짐에 따라 관련 기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제주도의 도로공사 관계자들.

  최근 곳곳의 도로에서 볼수 있는 각종 공사용 장비와 ‘공사중’ 팻말은 시민들로 하여금 보수·확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들 도로 공사는 월드컵을 대비한다는 명목을 우선시하여 통행하는 차량의 수를 맞춰 원활한 차량소통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도로공사의 활발한 움직임은 월드컵을 위해 표면화되고 있을 뿐, 올바른 도로개통을 위한 과감한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다. 즉 임시방편식의 반복공사가 문제였던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가

   제주도의 도로 환경은 크게 도로구조 및 도로 건설, 미관상의 문제, 안내 표지판으로 나눌수 있다. 그 중 도로 공사는 대체적으로 차선을 늘리는데 급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될 만큼 차선 확장 공사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우리나라의 차량 증가율이 유례 없이 연평균 20%를 웃돌면서 이에 따라 제주도민의 보유 차량도 상당수 증가했다. 이에 늘어난 차량을 수용하고 차량의 소통능력을 강화시켜야 했던 점은 불가피했다. 변장선 제주 시청 교통기획과 팀장은 “이제까지 무작정 차선만을 늘려놓고 정작 필요한 주차장, 중앙분리대, 인도에 이르기까지 소통에 필요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등한시했다”며 “이젠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차선이 확장되면서 운전자들의 소통이 원활해지긴 했으나 운전자들의 차량 속도가 높아지면서 사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소통난을 해결하기 위한 차선 확대가 오히려 화를 부른 셈이다.

  또 제주도의 선형 체계인 도로 구조상 사고의 위험에 항시 노출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황경수(행정학과) 강사는 “제주도의 도로가 처음 설계될 당시 자연 지형을 중시해 도로를 공학적으로 안전하게 설계하지 못했다”며 “오름과 같은 자연 지형을 비껴서 설계가 돼, 선형의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형구조 도로를 이탈하여 생기는 교통사고의 위험으로, 선형 체계 도로의 문제점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또 제주도 도로는 미관을 고려하지 않고 도로 관련 시설을 설치해, 도로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는 곳이 많다.

  학교나 도로의 소음 방지벽이 필요이상 높거나 해안도로와 같이 노변의 방호벽이 시멘트로 되어 바다가 보이지 않는 등의 경우가 그렇다.

  제주도의 도로 안내 표지판은 얼마 후 열릴 월드컵 및 관광 제주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 빠른 시일 내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곧 개최될 월드컵을 제외해도, 국제자유도시가 시행되고 관광도시로의 발돋움이 한창인 이 시점에서 제주도 전체의 이미지를 고려한 도로개통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말뿐인 국제 자유도시가 아니라 보여지는 부분에서 이에 맞는 위상을 높여야 한다. 실제 공문서에만 한글과 영어를 병행할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접하게 될 도로 표지판을 영어와 병행 표기해야 하며 이 또한 해당하는 마을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설계돼야 한다.

  하지만 변장선 팀장은 “표지판들을 한 개소 당 바꾸는데 7백 만원 가량의 예산이 든다”며 “재정 자립도가 35%가량인 제주도에서 도로 표지판 교체등의 환경 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여의치 않다”고 말해 현재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해결 방안

  이제까지의 도로공사는 차량의 소통 부분에 주안점을 둔 반면 도로주변 환경은 뒤로 미뤘지만 훼손된 환경을 방치하기에는 자연환경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은 높아져만 간다. 이런 점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교통문화가 형성되고 제도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도로 건설은 더 이상의 도로 확장 및 보수 공사보다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경이나 조명 시설에 치중해야 한다. 또 도로 표지판의 경우 야간에 확인이 가능해야 할 것이며 우천시에도 노면표지가 보다 선명하게 유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관광을 온 외국인이나 타 지역민이 제주도 지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며 자기가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자기 위치 확인 시스템(LRS)’이 구축돼야 한다. 이는 관광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며 이를 위해서 마을지명이 지도에 전부 표시돼 관광객이 자기의 위치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도로 정보 확인 시스템(ITS)’을 구축해 지상상태, 사고, 혼잡 정도 등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편의를 고려한 정비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우선적으로 차량의 과잉 공급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모색해, 자가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등 녹색 교통 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차선 보수시 조경과 조명 시설 등 운전자들이 쾌적한 교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 즉 차량 소통과 환경적인 측면을 두루 겸비하는데 소홀함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대중교통 이용이 잘 되고 있는 ‘크리티바’란 도시는 브라질 상파울로 4백Km인근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도시로, 도심에서 자동차를 몰아내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도시 중심부 2개소에 보행자 전용공간을 조성했다. 이로 인해 시 정책을 관광산업으로 육성하고 전 세계에 수출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대중교통 체계를 갖추게 됐다. 우리는 ‘크리티바’도시를 통해 환경을 우선시 하는 그들의 생활태도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을 견주어 환경을 얼마나 도외시했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도로만 건설했다고 ‘강 건너 불 보듯’ 있을 게 아니라 그 외에 수반되는 안내 표지판, 도로의 보완 등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제주 관광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을 성공리에 마치고 관광 제주의 이미지를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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