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고 싶은 책

그래서 제주

강수희외 6명

코로나19와 바쁜 삶 속에서 여행을 가기란 쉽지 않다. 유명한 관광지나 도시도 좋지만 일상을 같이 여행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 ‘그래서, 제주’는 제주가 아직 낯선 자에게 치유와 공감을, 익숙한 자에게는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창문이 된다. 선선해지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혹은 제주 바다를 보며 의미있는 ‘쉴 틈’이 되길 바라며 책을 소개한다.

‘그래서, 제주’는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집, ‘그래서’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이다. 여러 사람들이 제주에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행자를 위한 관광지나 맛집 소개를 하는 가이드북도 아니다. 6명의 작가가 제주에서 만난 인연, 살던 동네의 분위기와 각자의 일상이 담겨있다.

동네의 풍경과 노을이 담긴 사진이 글 중간중간 들어있어 편하게 글을 읽게 된다. 한 장의 이미지가 때로는 글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6개의 이야기가 다르듯 이야기에 담긴 사진들도 다르다. 사진들과 함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여섯 가지 이야기가 가진 서로 다른 매력을 잘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제주’는 가볍고 작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생각거리를 많이 던진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책이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여섯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제주에 온다. 어쩌다 제주로 이직한 사람, 새로운 일을 제주에서 시작한 사람, 그냥 제주에 살고 싶어 온 사람.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아니라 제주도를 선택해 온 사람들이다. 표면적으로는 여행지, 새 근무지, 새로운 터전이지만 이면적으로는 ‘위로가 필요한 날이면 (...) 위안을 삼’는 곳, ‘마음속에 항상 머물고 있는’ 곳이다. 그들이 선택한 제주는 꽤 아름다운 치유의 공간이다.

그러나 제주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제주도에 산다는 건 여행과 다르다. 여행의 설렘을 느끼기도 어렵다. 

‘여행지가 아닌 사는 곳으로의 제주는 나에게 그랬다. 불편하고 인내해야 하는 것이 육지보다 많은 섬.’ 

막상 살게 되면 알게 된다. 제주도가 얼마나 ‘불편하고 인내해야 하는 섬’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산다면, 불편을 감수하고 살 만큼 제주도에 매력을 느꼈거나 혹은 형편이 되지 않아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섯 사람들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를 택했다. 그 속에서 가치를 발견했다. 매일 보는 노을의 아름다움, 집 주변 카페의 매력, 숲과 오름, 바다와 올레길. 

제주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여행지를 보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작가들이 ‘육지 사람’이기 때문에 생의 대부분을 제주에서 보낸 이들과 보는 시각이 다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처럼, 익숙해져서 그 가치를 잃고 살기도 한다. 매일 보느라 익숙해진 풍경마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늘 보던 바다가, 노을이, 나무가, 마을이 보여주는 색깔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일깨워준다. 

책 ‘그래서, 제주’는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제주인 이유를 말한다. 우리에게 제주는 어떤 의미인가. 왜 제주에 머무는가. 누군가에게는 태어나 지금까지 떠난 적 없는 터전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낯선 여행지기도 하다. 일, 학업 등의 이유로 오게 된 이들도 있다.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공간에 있기에 각자가 갖는 의미도, 이유도 다르다. 여섯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머무르는 제주에 대한 자기만의 의미를 발견하길 바란다. 

우리가 사는 곳뿐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제주라는 단어에 이끌렸지만 단순히 머무르고 사는 제주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의 의미를 짧은 이야기로 다 깨닫고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이 가이드가 되어 우리 앞에 앞장선다. 흘려보내는 인생에 얼마나 많은 가치들이 담겼는지 생각하도록 이끈다. 

설령 책을 읽고 대단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발견한 제주의 이야기는 큰 위로를 준다. 이 책을 통해 의미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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