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거가 후보자 중심에서 유권자 중심으로 탈바꿈할 때"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법학과 91학번ㆍ1997년 총학생회장

2022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지방선거가 열린다. 각 정당별로 대선 후보선출을 위한 선거 과정이 한창이다. 대선과정을 보면 아쉽게도 미래보다는 과거 의제에 머물러 있다. 소위 ‘네거티브’한 프레임이 전면화 되면서 국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지사 임기를 못 채우고 대선에 출마한 원희룡 전직 지사로 인해 ‘도정 공백’도 생겼다는 비판도 있지만 벌써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고 있다.

대신 내년 도지사 선거 등을 놓고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헌법상 주권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중요하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과 도지사를 주권자들이 직접 뽑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내용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각 정당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누구냐, 도지사가 누구냐에 따라 국민들과 제주도민들의 삶은 천차만별로 달라 질 수도 있다. 서울대로 상징되는 수직 계열화된 대학교육 정책도 여전히 제왕적인 대통령 권력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산학연’ 관계의 실질적 복원과 협력 방안 역시 도지사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립대 총장은 연봉을 비롯해 의전에서도 규모가 적지 않아 제주대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장관급’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육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부여했을 것이다.

국립대 총장은 절차적으로 대학마다 총장 추천위를 꾸리고 순위를 정해 교육부의 임용제청, 국무회의를 거쳐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 지침에 따라 간선제로 전환된 적도 있었다. 이 당시 간선제에 따라 제8대 허향진 총장이 9대까지 연임한 사례가 있었지만 다시 대부분 국립대의 경우 학교 현장에서는 총장을 내부적으로 ‘직선’으로 뽑고 있다. 외형은 임명제지만 실질은 구성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구조다.

오는 11월 25일 제주대학교 총장선거가 진행된다. 벌써 출마 예정자인 후보들도 학교 밖까지 알려지고 있다. 국립 제주대학교의 주인은 교수, 학생, 교직원이다. 나아가 동문들과 지역사회와 연관돼 있다. 하지만 총장 선거는 사실 그동안 ‘교수님들만의 리그’였다. ‘라떼는 말이야’지만 대학 학생회 활동을 하던 시절, 교수님들만의 선거에서 교직원, 학생들에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돌아보면 “학생들이 뭘 안다고 감히” 또는 “사회주의냐?” 등 이런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학생회, 교직원 단체간 연대로 총장 선거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길을 열었다. 이후 총장선거에서 학생, 교직원들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지만 한표의 등가성을 보면 ‘1인 1인표’가 아니다. ‘교수들의 1표’와 ‘학생, 교직원들의 1표’가 다른 권리와 의미를 지닌 것이 현실이다.

우선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학 총장은 교수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닌 대학구성원 전체의 대표를 뽑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간의 논의가 활발해야 한다. 총장 후보자 입장에서 선거가 축제일 수 없다. 표로 환산되는 결과물로 인해 냉정하게도 승자와 패자가 나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제주대 총장선거는 후보자 중심에서 유권자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학생, 교직원 참여 비율 확대가 절차적 민주주의의 문제라면, 내용적 민주주의는 국립 제주대의 현실 문제를 타파하고 미래에 대한 공론의 장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교수님들의 요구사항만을 들어주는 선거로는 안 된다.

크게 사회적으로 보면 대학생 인구감소, 지역 소멸 시대 국립 제주대학교의 처지는 새로운 대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맞는 새로운 대학의 중장기 전략이 중요하다. 학생 요구안, 교직원 요구 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동정책과제도 제시돼야 한다. 총장 후보 모두가 공정선거와 함께 공동 정책 서약 등을 통해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쟁 속에서도 정책합의를 통한 대학 민주주의 축제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투표권 1도 없는 학교 밖 동문입장에서도 소중한 투표권 있는 제주대 구성원들에게 감히 제안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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