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시를 읽거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게 제격이다.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이 활자 속에 숨겨둔 비밀들을 하나둘 캐어내는 광부처럼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은 또 다른 나를 찾는 시간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꼭 필요하다. 옛 사람들이 시라는 단어를 참 잘 지었다. 말씀 언(言)에 절 사(寺)가 합쳐서 시(詩)자를 만들었다. 절에서 조용하게 말을 하듯 글을 써야 한다는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지금은 많이 그 의미가 퇴색됐지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앞서 가을에는 수필이나 소설 등 다른 장르가 아닌 시를 읽는 게 좋다고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는 문학의 뼈대 역할을 한다. 여기에 살을 붙이면 수필이 되고, 더 나아가 상상력을 보탠 허구를 가미하면 소설이 된다. 그리고 시는 짧지만 자세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수필이나 소설과는 다르게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게 시를 읽는 묘미다.

대학생은 성인이고 지성인이다. 그래서 자신의 일에 대한 판단과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시를 읽으며 시인의 심상을 읽어내는 것처럼, 자신의 내부 깊숙하게 자리 잡은 본연의 심성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시집 한권을 들고 홀로 떠나는 여행을 권한다. 시인 박노해는 ‘여행은 혼자 떠나라’고 한다.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내가 사라질 때/ 난무하는 말들 속에서 말을 잃어갈 때/ 달려가도 멈춰서도 앞이 안 보일 때/ 그대 혼자서 여행을 떠나라//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운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충분한 존재감이다// 여행을 떠날 땐 혼자 떠나라/ 함께 가도 혼자 떠나라// 그러나 돌아올 땐 둘이 손잡고 오라/ 낯선 길에서 기다려온 또 다른 나를 만나/ 돌아올 땐 둘이서 손잡고 오라

1~2학년 학생들은 코로나19로 대학생활의 재미있고 중요한 시간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학교에 나와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한창 추억을 쌓아야 할 시기에 코로나19는 냉혹하게도 2년 째 우리의 전반적 삶을 옭아매고 있다. 다행히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정부에서도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당겨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어둡고 긴 터널을 걷고 있는 요즘, 스스로를 다독이며 위로하기를 바란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잃었던 자신의 찾기를 소망한다. 걱정만 앞서고 안절부절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숲길이나 오름, 한라산을 찾거나 가까운 공원이라도 나가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길 권한다.

청춘의 특권은 도전에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중심 찾기 연습에 주목하라. 그러면 얼마 없어 남들보다 다른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여기에 문학을 포함해 음악ㆍ미술활동 등 예술을 즐기는 것도 좋다. 당장 학업과 취직 걱정이 앞선데 시타령이니, 예술타령이니 하는 이도 있겠지만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 예술활동은 저마다의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힘들 때, 위안이 됐던 경험도 여럿 있다. 영혼이 풍족하고 여유가 있다면 지금의 고통은 시간의 더께 아래 ‘추억’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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