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27일이면, 제주 유일의 국립대학교인 제주대학교가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고희(古稀)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곡강시(曲江詩)’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한 말이다. 

뜻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는 나이라고도 한다. 2500여 년 전 공자(孔子)는 자신이 살아온 70세를 회고하기를 ‘내 나이 칠십이 되니 마음 가는 대로 해도 거리낌이 없었다(七十而 從心所欲不踰矩)’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당국은 ‘70주년 기념사업 아이디어’와 ‘70주년 기념 캐치프레이즈’ 공모에 나서 지난 11일 접수를 마감했다. 주제는 개교 70주년의 의미와 대학의 미래 비전이며, 대학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의지를 표명하는 내용이다.

우리 대학은 1952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과 불안 속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제주도민들의 염원을 토대로 도립 제주초급대학이 설립된 게 출발점이었다.

개교 당시 4개 학과, 학생 58명, 전임교원 8명, 사무직원 2명에 제주향교 내 건물 일부를 강의실과 사무실로 임대해 사용할 정도로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했지만, 1954년 용담 캠퍼스 확보, 1979년 아라캠퍼스로의 이전ㆍ통합, 1982년 종합대학 승격, 2008년 제주교육대학교와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지금의 위상과 규모를 갖춘 국가거점국립대학교로 성장했다.

과거 70년 역사를 바탕으로 100년을 맞이할 새로운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질적인 성숙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미래를 개척하는 등 글로벌 국가중추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금 우리는 학령인구 감소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기업에 국한됐던 ESG 경영은 이제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의 취업·창업 실적, 논문 수준, 산ㆍ학ㆍ연 연구 성과를 봐왔던 전통적인 평가 외에,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 한층 무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마침 오는 11월 25일 차기 총장 선거도 치러진다. 현재 자천타천 총장 선거 출마 예상자는 4명의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개교 70주년을 앞둔 이번 선거는 그동안 우리 대학이 걸어왔던 역사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재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를 말하는 상황에서도, 학교는 성장하고 또 지속적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사회와 역사가 대학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외면하면 안 된다. 인재 양성과 연구, 기업과 연계된 기술 애로사항 해소라든지, 이 같은 파고를 돌파하려면,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제주대학교가 100년 후에도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존속하려면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는 고민(SDGsㆍ지속가능발전목표)이 이번 선거에서는 충분히 논의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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