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수학과 2

백문아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그만큼 직접 경험은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비교적 대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팬데믹 상황에서는 직접 경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인 스물 초반.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 스무 살 또한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았다.

그렇지만 인간에게는 ‘간접경험’이라는 게 존재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게 있는가 하면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지식을 얻거나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 있어서 간접경험의 의미는 남달라질 수밖에 없다.

책에는 당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많은 것들이 적혀있다. 화가의 의도, 작품에 숨겨진 의미, 작품이 그려진 시대적 배경 같은 것들이 꼼꼼하게 들어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미술관에 갔을 때는 그저 예쁜 그림이라고 느끼고 말 것들이 간접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다채로운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책을 통해 화가의 삶과 경험을 접하고 그림을 살피면 숨겨진 것들까지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저조한 문화공간 방문율 때문에 색다른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다. 큐레이터의 경험을 담은 라디오, VR로 집에서 전시회를 즐길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 관광지의 풍경을 보여주는 영상 등이 그렇다.

이처럼 우리가 단순히 간접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쌓이고 쌓여서 커다란 경험과 지식을 만들어낸다. 선조들의 지혜, 뛰어난 개발자의 아이디어, 화가의 영감, 아름다운 외국의 풍경까지. 심지어 요즘 다양해지는 간접경험들은 직접경험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자료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고 해서 고민하고 뒤처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그에 맞춰서 과거부터 쌓여온 수많은 간접경험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많은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방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올바른 해답을 향해 나아갈 이정표를 얻을 수 있다. 현재의 부족함이 걱정으로 다가올 때에는, 책을 펼쳐보는 게 어떨까. 어른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이십대의 초석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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