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솔

철학과 3

필자는 일을 많이 했다. 청소, 홀서빙, 캐셔, 방역, 학원 강사, 대필하는 일까지.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별별 일을 많이 겪었다. 오늘은 필자가 겪은 일과 개인적인 생각을 적으려고 한다. 

아주 추운 겨울에 한라봉 선별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7시가 넘도록 일을 했지만 수당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 시급이 만원이었다. 만원이라니. 청소나 방역을 해도 식사를 하게 해주고 쉬는 시간을 준다. 물과 커피를 주고 적어도 사람처럼 대해준다. 그리고 일당으로 지급한다. 그 곳은 기분파였다. 갑자기 나에게 내일 오면 시급을 주겠다고 되지도 않는 수작을 부리거나 일정한 급여가 아닌 본인 맘대로 사람을 쓰고 돈을 주었다. 술자리에서 본인이 직원에게 임금을 주지 않아 결국 그 직원이 계산대에서 본인 임금을 가져가는 일도 있었다. 

그 곳에서 일을 끝낸 건 갑자기 ‘밤샘 작업’을 부탁해온 것 때문이었다. 노동력으로 온 남자애가 먼저 도망갔다. 그리고 시일이 많이 밀렸다. 때문에 나에게 그 제안을 했던 것 같지만 나는 내 하루 루틴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당연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함께 일하던 가게 직원이 곧 그만 둔다는 말을 들은 상태라 그만두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때 나는 배가 고팠고 당장의 생계가 급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했다. 그러나 다시 그 날로 돌아간다면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식당 내부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는 그 사장을 찍은 후에 식약청에 보내버렸을 것이다. 학생들의 간절함을 이용해서 고용주들이 저지르는 범법행위는 말로 할 수 없이 많다. 누군가 고용주의 그런 행위를 버티다 못해 나가면 ‘근성’이 없다고 까인다. 그래가지고 사회생활 하겠냐고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고용주의 선을 넘은 행위 때문에 깨진 나의 자존감은 영원하다. 그 누구도 그 자존감을 고쳐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가야 한다. 아직도 그 식당에 알바생을 구하는 구인 광고가 참 자주 올라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나가야 적어도 고용주가 타격을 받는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스스로 문제를 고찰해 볼 것이다. 안타깝게 사장님은 그러지 못한 것 같다. 

고용주는 선을 지켜야 한다. 만약 선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가거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라. 이렇게 말하면 가끔 고용주 중 그 선을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선’이 뭐냐고. ‘선’은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선’의 이름은 ‘근로 기준법’이다. 그것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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