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해녀 / 김신숙 / 한그루 / 2020

김신숙 시인은 이 동시집을 ‘구술 동시집’이라고 말한다. 해녀인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열두 살 해녀는 시인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다. 말하는 이가 어머니다. 열두 살부터 우도에서 물질을 시작했으니 열두 살 무렵의 이야기를 동시로 묶은 책이 이 동시집이다. 자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어머니(시인의 외할머니)의 물질 이야기도 들어있다. 

1960년대 우도에서 물질을 한 이야기가 시로 형상화되었다. 검멀레 검은 모래를 시멘트와 섞어서 물통을 만들기도 했고, 우도는 나무가 많지 않아서 소똥이 땔감이었고, 초등학교 소풍을 가면 우도등대에 가는데 헤엄을 치지 못하니 심심한 소풍이었고, 미역을 갖고 가면 왕사탕으로 바꿔 주는 무향이 언니, 말껍죽으로 황달병을 치료한 이야기 등이 들어있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소중하게 담겼다. 시로 쓴 르포 같다.

구술에 의존해 쓰는 동시라서 시인은 그 시절을 상상하며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바닷가에서 물질하는 엄마를 기다리다 잠드는 것을 ‘전복잠’이라 하고, 산호해수욕장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파도 골갱이’라 하고, 돌담 위에 앉아 바다를 보면 돌담이 말이 되어 돌담말이라 하고, 감태로 불을 지폈다는 얘기를 듣고 ‘감태 불턱’이라는 온기 도는 말을 쓴다. 말린 감태로 불을 지피면 불이 참 달았다는 표현은 시인의 어머니가 한 말일까, 시인이 상상해서 쓴 말일까. 추운 물질 후 불턱에 둘러앉아 불을 쬐는 일은 따뜻한 걸 넘어 달달한 일이다.

제주 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아주 단순한 장비만으로 물속에 들어가 물질을 하며,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해 유지해오고 있는 해녀의 삶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에 충분하다. 

이 동시집에도 해녀문화에 대한 부분이 있다. 해녀들은 각자가 채취한 것의 양을 서로 비교하지 않는다.  

시인은 숨비소리를 ‘숨빛소리’로 표현한다. 들물시와 날물시를 처음과 끝에 배치했는데, 날물시에 실린 시 「외할머니에게」의 화자는 시인 자신이다. “외할머니 가신 곳으로 우리 엄마 헤엄쳐 가면/ 나 그곳으로 헤엄쳐 갈 때까지/ 함께 반짝여 주세요 별빛으로 노래해 주세요”(「외할머니에게」부분)라는 표현처럼 숨비소리는 숨빛소리가 되어 계속 빛날 것이다. 화자의 딸이 화자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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