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학점을 쉽게 받을 수 있어 학생들 사이 필수조건
일부 교수 수업의 시험 문제 변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
학사과, “학생들 스스로 저작권법 인지하고 멈춰야 해”

학생들이 족보를 매매하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 창구인 ‘에브리타임’에는 족보 공유 및 매매 글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는 위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매학기마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족보란 해당 학기 이전에 들었던 사람의 수업 정리, 수업 관련 정보, 시험 문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자료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 학생들에게 족보란 시험 문제를 정리한 자료로 통한다. 

이런 족보 공유 및 매매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전공과목 같은 경우 전공 수업의 시험 문제가 대대로 공유되는 등 선후배 간 족보 공유가 당연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교양 과목 같은 경우엔 아는 지인이 없으면 에브리타임과 해피 캠퍼스와 같은 사이트를 이용해 족보를 얻게 된다. 특히, 족보를 구하면 당연지사 A+의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수업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꿀 교양’이라 칭해지며 해당 과목 족보를 구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족보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일부 교수의 수업 진행 문제와도 관련 있다. 일부 교수는 수업 자료 및 방식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가 하면 시험 문제까지 몇 년째 바꾸지 않아 족보를 만들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해당 과목은 족보에서 시험 문제가 그대로 나와 족보만 암기하면 학점이 보장되기에 족보 거래에 관한 글이 성행한다. 

에브리타임에서는 이번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10월 이후 족보 공유 및 매매 관련 글은 총 128건으로 단 26일간 하루 평균 4~5건 이상이 올라왔다. 족보 거래는 대체로 족보를 나눠달라는 글, 팔아달라는 글이 올라오거나, 족보를 파는 글이 올라오면 쪽지, 오픈 카톡방 등에서 익명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족보 거래는 저작권법에 따라 위법이다. 족보를 거래하다가 저작물 공유 및 유포 행위가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면 저작권법 제136조 2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학생들이 족보 공유 및 매매가 위법임에도 족보 공유를 하는 이유는 시험에 관한 정보력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 손쉽게 학점을 취득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경제학과 A 씨는 “족보 거래를 하지 않으면 족보를 거래한 사람보다 시험에 대한 정보력 싸움에서 내가 뒤처지게 된다”며 족보를 거래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뉴스나 매체에서 심각하게 다루는 범죄행위가 아니다 보니 위법이라는 생각보다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저작권법 위법 행위에 대한 안일한 심정을 전했다. 

국어국문학과 B씨는 “교양 같은 경우는 전공과목과 비교해 공부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시간이 아깝다. 전공 과목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 만약 교양 족보가 있으면 그 부분만 공부해도 돼서 편하고 효율적으로 학점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의 요령이다”고 말했다. 

족보 거래로 인한 문제는 단순히 저작권법 침해만을 다루지 않는다. 족보 거래는 위법 행위를 하지 않은, 즉 족보 거래를 하지 않은 선의의 학생이 오히려 피해를 받는 경우가 발생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효리(독일학과 2)씨는 “시험을 끝나고 에브리타임을 봤는데 족보에서 문제가 다 나왔다는 글을 보고 솔직히 허무했다. 족보를 구하는 행위는 위법인데 법을 지켜서 오히려 내게 이득이 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의 소신을 지킨 결과가 부정적인 것에 관한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이어 “족보 거래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교수님이 족보 거래의 사태를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족보 거래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모두 신고를 눌러주는 것도 방법이다”며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학사과는 “학생들의 족보 거래는 암암리에 일어나기 때문에 그것까지 관리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학생들이 족보 거래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족보 단절을 위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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