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OTT 플랫폼의 영화 추천 카테고리에서 빠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 바로 ‘미비포유’이다.

영화 미비포유는 조조 모예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그와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두 작품의 차이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었냐’인데, 영화에서는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반면, 원작 소설에서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심리상태와 다양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영화에서는 단순히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어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안락사’에 대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내용을 통해 작가가 제시한 상황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고,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내용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책 ‘미비포유’에는 안락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가 잘 스며들어 있고, 이러한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본 기자는 모두가 한 번쯤 안락사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비포유’는 작고 한적한 마을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루이자와, 모든 것을 누렸지만 한순간 몸이 마비되어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윌이 만나면서 생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고 뛰어난 사업가로 인정받던 윌 트레이너는 택시 사고 이후 ‘C5/6 사지마비환자’가 되었다. 사지마비환자가 된 이후 그는 몸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자신의 삶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크나큰 절망을 느끼고, 자신의 비참한 삶을 정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안락사를 택한다.

그러나 아들을 떠나보낼 수 없었던 윌의 어머니는 그와 대화를 나눈 끝에 6개월이라는 유예 기간을 얻고, 그 기간동안 윌을 변화시킬 간병인을 찾는다.

이때, 6년째 일한 카페에서 일방적인 해고를 당한 루이자는 고용센터에 다니며 일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지마비환자의 6개월 임시 간병인뿐이었다.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윌네 집에 면접을 보러 가게 되고, 루이자의 적극적이고 명랑한 성격이 마음에 든 윌의 어머니는 그녀를 간병인으로 고용한다. 처음에 루이자와 윌은 자주 부딪히고 다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져 루이자는 간병기간 동안 그를 돌보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윌이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본인이 윌의 자살 감시역을 맡은 것을 깨닫고 혼란스러워 한다.

루이자는 윌의 안락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윌을 설득하려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끝내 윌은 안락사를 택하게 되고, 결국 루이자와 윌의 가족들이 윌의 선택을 존중하며 마지막 순간을 함께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앞에서도 말했듯, 미비포유는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가 있다. 실제로 책이 발간된 이후 영국 내에서 안락사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고, 영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도 안락사 및 생명윤리에 대한 고찰이 활성화되었다.

더불어 미비포유의 특별한 점은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뿐만이 아니라 안락사의 대상을 불치병이 아닌 ‘신체 장애인’으로 설정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했다는 것에 있다.

주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에선 안락사 허용의 대상을 임종을 앞둔 환자로만 제한한다. 즉, 불치병을 가지고 있거나 식물인간과 같은 환자의 안락사는 합법이나 신체 장애인의 안락사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비포유의 윌과 같이, 신체 장애인 또한 본인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죽음을 선택하여 삶을 마무리할 권리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미비포유는 우리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죽음은 항상 절망적인가?’, ‘죽음이 곧 행복한 삶을 완성시키는 길이라면 우리는 그 삶을 존중해야 하는가?’와 같이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만큼, 우리는 다양한 시각에서 ‘안락사’라는 이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깊게 이뤄지길 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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