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인들의 염원 끝에 10월 23일 개관
개관 맞아 학술 세미나 개최하기도
특별전시관서 현대 문학 회고전 진행

>> 제주에 부는 문학의 바람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제주문학
10월 23일 제주문학관의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제주문학관의 개관

10월 23일에 개관한 제주문학관은 제주 최초의 문학관이다.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해 있다. 제주문학관은 4층 건물로, △북카페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 △세미나실 △디지털자료실 △대강당 등의 편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제주문학관은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에 거주하는 문학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더불어 제주의 신화와 전설 등 구비문학과 해양문학, 제주 4ㆍ3사건 관련 문학, 재일제주인문학 등의 문학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ㆍ정리ㆍ연구하고 활용한다.

제주문학관 건립은 2003년 7월 제주작가회의가 처음 거론했다. 관련해 2005년 제주작가회의와 제주문인협회 공동 심포지엄이 개최됐으며, 2009년에는 제주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듬해 제주도의 지원으로 소규모 ‘제주문학의 집’이 개관됐으나 제주문학관 건립 요구는 계속됐다.

2014년 제주도의회가 제주문학관 조성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정례회에서 도정 질의를 하기도 했으나 제주도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건립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6년에 문학진흥법이 제정되고 문학관 건립에 대한 국비 지원이 가능해지며 제주문학관 건립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어 제주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재구성되고 건립 설계용역비를 확보하며 제주문학관 건립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9년에 건축공사를 착공해 2021년 10월 23일 개관했다. 같은 날 진행된 제주문학관 개관식에는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과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및 도의원, 도종환 국회의원을 비롯한 제주문학관 작품 기증자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제주도는 문학 전공 학예사를 포함한 4명의 관리 인력을 문학관에 배치했다. 명예관장으로는 ‘오이디푸스의 독백’과 ‘랭보, 바람구드를 벗다’를 출간한 강용준 작가를 위촉했다.

고춘화 도 문화체육대회협력국장은 “제주문학관 개관을 계기로 도민의 문학향유 기회 확대뿐만 아니라 인근 제주아트센터와 한라도서관에서 제주문학관으로 이어지는 문화벨트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문학관 개관 기념 학술 세미나 

제주문학관은 개관을 기념해 10월 22일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제주문학관의 역할을 공론화하기 위해 ‘제주문학의 어제와 내일’을 주제로 진행됐다. 

세미나 특강을 진행한 현기영 소설가는 “제주문학의 발전은 괄목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문학적 성취도 높고 문학 인구 수도 많다”며 “제주문학관은 일종의 형식일 뿐이다. 내용을 채우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제주문학관의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첫 주자로 발표를 진행한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정책기획실 부장은 “문학 작품을 읽게 만들기까지는 못하더라도 읽은 것과 비슷한 감상이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학관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학관 고유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확보와 적정한 관리 인력이 배치되는 것이 운영의 선결 요건 중 하나이다”라며 “문학관이 얼마나 기획력 있는 인재로 선발하고 그들이 안정된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가에 문학관의 연간 사업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정우영 시인은 문학진흥법에 따른 조례 제정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 후 “지역의 공립문학관이든 사립문학관이든 문학적 고유성이 있지 않으면 위상을 제고하기 어렵다”며 “문학관만의 독자적인 고유성이 있어야 제대로 된 기획과 운영이 가능하다. 살아남고자 한다면 허울만의 문학관은 지우고 그 자체의 고유성을 정체성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언을 진행한 김동윤 교수는 “제주문학관은 문학인과 문학 애호가들을 비롯한 도민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불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양전형 시인은 “문학관의 기본 기능 속에서 수집 기능을 강화해 지역 문학과 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모아 놓고 문학 본연의 책 읽기 기능을 강화함이 어떨까”라고 말했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인력, 재정, 기획의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지역 주민과 문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문학관이 된다는 데 동의했다.

◇제주문학관 전시실 

제주문학관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은 제주 근대문학의 태동부터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제주 문학의 역사를 시대별로 관람할 수 있다. 상설전시는 △구비문학 △고전문학 △제주어문학 △4·3문학 △바당(바다)문학으로 구분돼 있다. 각 전시실에서는 분야별 대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특별전시실에서는 ‘산, 바람, 바다가 품은 섬의 문학’을 주제로 제주 현대 문학 회고전이 열린다. 제주 현대문학의 시대를 열었던 최현식, 양중해, 김광협 작가의 유품과 작품들이 전시된다.

스스로를 ‘제주에 던져진 작가’라 칭하던 최현식 작가는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1949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제주 애월에서 피난 생활을 했다. 최현식 작가는 제주 체류 시설 소설가 계용목의 ‘신문화’ 발간을 돕는 등 제주 문인들과 활발한 교류를 했다. 제주문학관은 그의 작품집 ‘홍상’과 ‘먼산’, 작가의 애장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양중해 작가는 제주시 화북동에서 태어났다. 34년간 제주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문인을 길러낸 그는 1959년에 ‘그늘’과 ‘슬픈 천사’를 발표하며 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작고할 때까지 제주 현대문학과 제주문화를 지켜왔으며, 탐라문화제의 전신인 ‘제주예술제’의 출범에도 깊이 관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육필 원고와 시집 ‘수평선’, ‘한라별곡’ 등이 전시된다.

서귀포 호근동이 고향인 김광협 작가는 196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강설기’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6권의 시집과 2권의 번역시집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가 제주어 문학을 시도했던 ‘돌할으방 어디 감수광’은 표준어 번역이라는 표현을 감수하며 제주어 글쓰기를 실행한 작품이다. 그의 시집 4권과 기념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다.

강용준 제주문학관 관장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본격적인 현대문학이 꽃피웠던 당시 전쟁의 상처를 견디며 내딛었던 그들의 문학은 제주문학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특별전이 제주문학의 오랜 역사를 기억하는 첫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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