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칼(KAL)호텔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고도제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인 1974년 지어진 제주칼호텔은 19층에 72m 높이다. 제주칼호텔은 2014년 롯데시티 제주호텔(22층ㆍ89m)과 2020년 제주드림타워(38층ㆍ169m)가 차례로 들어서기 전까지 40년여 간 제주를 대표하는 마천루이자 관광도시의 상징이었다.

제주칼호텔이 팔리고 나면 건물이 헐리고 주상복합아파트가 개발된다고 한다.중년 이상 도민들은 또렷이 기억하겠지만 과거 제주칼호텔이 위치한 제주시 원도심 일대는 제주의 경제ㆍ사회ㆍ문화의 중심지였지만 확연히 달라졌다.

인파가 북적이던 원도심 거리는 이제 을씨년스러울 지경이다. 땅의 가치의 부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경기도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이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주민들의 땅을 사들여 민관 합동방식으로 도시개발이 추진된 결과 특정인에게 막대한 수익이 돌아간 점을 놓고 계획 수립 과정과 배경에 부정과 비리가 없었는지, 이른바 설계자가 누구인지 등을 놓고 여야가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도시개발로 토지의 가치가 뒤바뀌는 과정에서 비리와 부정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민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지역 상당수 농지는 전국 부동산 투기꾼들의 먹잇감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헌법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무너졌다.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데 필요한 원천 기반인 농지의 투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농지법도 오간데 없다.

땅을 목적대로 쓰지 않고 돈을 뽑으려는 투기세력이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다. 제주도민들로선 삶은 나아지지 않는데 땅값만 고공행진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까지 겹치면서 땅이 있든 없든 사실상 도민 모두가 피해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부동산 세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박탈감만 커져간다.

최근 들어 제주도가 추진하는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장기간 공적으로 개발되지 못해 일몰 위기에 처한 오등봉공원을 민간사업자가 조성해 기부채납하되 그 대가로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짓는 사업을 놓고 특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감사원이 해당 사업을 들여다보면서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땅을 갖고 장난치는 행위에 대한 근절 방안이 시급하다. 이쯤 되면 토지 공개념이나 계획 허가제 등에 대한 제도장치 마련도 진지하게 공론화하고 현실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더 이상 미뤄둘 일이 아니다.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세력들이 득세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검은 돈의 거래를 수반하기 마련인 데다 서민들에게는 분노와 허탈감을 안길 수밖에 없다.지역은 물론 국가 공동체를 와해하는 행위다.

내년 대선ㆍ지방선거에서는 부디 땅의 가치를 헤아리고 투기세력은 발본색원하며 집값ㆍ땅값을 안정화하는 등 부동산 전반에 걸친 대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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