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지

보도부장

여느 날처럼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이웃 층 어르신을 마주쳤다. 일면식이 있던 터라 먼저 인사를 드렸더니 반갑게 받아주셨다.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함께 올라탔다. 

잠깐의 정적이 어색해 올라가는 층수만 바라보고 있을 즈음 어르신께서 내 나이를 물으셨다. 스물한 살이라 대답해드렸는데 한참 말이 없으셨다.

목소리가 작아 듣지 못하셨나 싶어 다시 말씀드리려는 찰나에, 어르신께서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어르신은 내게 ‘너는 평생 늙지 말아라’고 당부 아닌 당부를 하셨다.

내려야 할 층에 도착하는 바람에 어르신과의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곤 집에 들어왔는데, 한참이 지나도 어르신의 말씀이 잊히질 않았다.

너는 평생 늙지 말아라. 모순적이고 답도 없는 그 말이 며칠 동안이나 생각난 이유는 무엇일까.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해 답을 찾았다.

젊음을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이 인상 깊었던 거다. 지금껏 나는 젊음을 그저 누구나 겪는 당연한 시절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사회가 정의한 ‘젊음’의 범주에 늘 속했어서 젊음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어른들의 ‘젊어서 좋겠다’는 말을 들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나의 생각대로 젊음이 별 가치가 없었다면 전재산을 들여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억만장자의 이야기도, 마시면 젊음과 영생을 얻게 되는 이슬에 관한 신화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젊음의 가치를 깨달은 이후로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전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이상 힘들다는 불평만 늘어놓지 않게 됐다.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당장 이번 학기의 성적을 챙기는 데 급급하지만 그조차 젊음을 소유한 자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대신 배울 수 있음에,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또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취미를 즐기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그래야 먼 훗날 이 시절을 떠올리더라도 후회가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책임져야 할 건 늘어나고 넘어야 할 산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누구라도 그 짐이 무거워 주저앉고 싶을 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낙담해 모든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직 젊기 때문이다.

오늘이 남은 생의 가장 젊은 날임을 잊지 말고, 젊음이 찬란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주어진 젊음을 만끽하며 살아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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