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의 역사와 민속』 / 한그루 / 2017

제주 BOOK카페 <11>
 


한때 섬 속의 섬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계획했다가 아내가 말려서 그만둔 적이 있다. 아내는 내가 뱃멀미를 심하게 앓는 것을 잘 안다. 가파도와 마라도에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아내는 그때마다 갑판 위에서 나의 등을 두드려 줬다. 

마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있다. 가장 끝에 있어서 ‘말에섬’이라 부르던 것이 한자를 차용하여 마라도가 됐다. 마라도는 원래 수풀이 우거진 섬이었으나 지금은 햇빛 피할 그늘을 찾기 힘들다. 마라도는 물이 귀했다. 빌레에 물이 고이면, 물 적신 솜을 짜며 그릇에 물을 모았다. 그 물을 항아리에 담아두면서 식수로 이용했다. 물이 부족해 마른 빨래를 했는데, 옷에 묻을 것을 양손으로 비벼내고 돌멩이 위에 살살 내려치며 묻은 것들을 떨어냈다. 그것을 마른 빨래라고 불렀다. 1883년부터 마라도에 사람들이 들어가 살았다. 들어가 보니 뱀이 많아 불을 질렀는데 뱀들이 불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어 제주도로 헤엄쳐가서 뱀 귀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1962년에 마라분교가 설립됐는데, 1967년에는 학생 수가 30명 정도였다. 

이 책에는 마라도의 민속지리, 농경기술, 목축기술, 어로기술, 의식주, 신앙, 향약 등을 실었다. 고광민은 스무 해 넘게 자료를 조사하고 이 책을 냈다. 이 책이 나올 무렵에 발간된 그의 저서 『제주 생활사』는 롯데출판문화대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민속에 대한 이야기는 삶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다. 고광민의 저서 중에는 『고개만당에서 하늘을 보다』가 있는데, 그 책은 울주 지역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한 어르신의 농사 일기를 풀어낸 것이다.

우도하면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이고, 마라도하면 해물 짜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것도 문화라고 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그 섬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현용준의 수필집 『황혼의 언저리』에는 1966년 당시의 마라도 모습에서는 원초적인 소박한 삶을 느낄 수 있었는데, 2003년에는 경쟁사회로 변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몇 해 전에 마라도에서 당시까지 국내에서 기록이 없던 흰목딱새가 발견되었다. 국토 최남단에 있기에 새로운 것들이 발견된다. 가장자리이자 경계인 그곳에서 생명의 새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마라도에 갈 수 있다. 마라도에 가면 짜장면만 먹을 것이 아니라 마라도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기록하고, 그 모습을 잘 보존할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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