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나를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형식
정의할 수 있는 시의 의미 알 때까지 쓰고파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마음가짐 필요

>> 전지적 제주 작가 시점 < 2 > 김나림다 시인

인터뷰하고 있는 김나림다 시인.
고교 시절의 시선을 담은 시집 <십팔시선>

 

 

 

 

 

 

 

 

 

 

 

 

 

 

 

 

 

김나림다 시인은 ‘제주권역 퀴어 커뮤니티 퀴여움 QUTE’ 에서 퀴어 운동가로 활동하며 시를 쓰고 있다. 그는 윤주도 시인과 고교 시절의 시선을 담은 시집 <십팔시선>을 공동 집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필명 ‘김나림다’를 사용하는 이유.

나는 내 본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한 이름이라고 생각해서다. 성씨를 포함한 네 글자 이름을 갖고 싶었다. 시집을 내는 김에 필명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김나림다’라는 필명을 지었다. ‘나림다’는 ‘비가 내리다’의 잘못된 표기법인 ‘비가 나리다’에서 따온 이름이다. 표기법은 틀렸지만, 비가 ‘나린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표현은 달라도 뜻은 통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했다.

▶첫 시집 <십팔시선>을 출간한 계기는.

항상 시집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현택훈 시인에게 제안을 받아 쓰게 됐다. 원래부터 시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싫어했다. 친구 따라 글을 쓰기 시작하다가 소설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그러던 중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형식이 시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시를 사랑하고, 열심히 쓰는 중이다.

▶‘잊어버리기 위해 시를 쓴다’의 의미는.

예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쓴 후 불에 태워 잊어버린다는 유명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기분 나쁜 일, 화나는 일, 슬픈 일을 글로 적어 태워버린다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해 잊기 위해 글을 쓴다고 적었다. 사실 이제는 시가 무슨 의미인지 모호해졌다. 시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고, 내가 정의할 수 있는 시의 의미를 알 수 있을 때까지 시를 쓰고 싶다.

▶시집에 수록된 흑백 사진이 인상적이다. 어떤 시선을 담은 것인지.

평소에 쪼그려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예를 들어 컵이 있으면 컵의 귀퉁이를 유심히 보고, 그 부분을 확대해서 찍는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을 찾아 시선을 두려 한 이유에서다. 그런 시선들을 사진에 담아내려 했고, 찍어둔 사진 중에서 각 시에 어울리는 아홉 장을 선정했다. 흑백 사진은 색깔이 있는 사진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게 한다. 시집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흑백 사진과 어울리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매 순간 치열하게 쓰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글을 쓸 때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쓰려는 편이다. <십팔시선>에 수록된 시들도 고치고 고쳐서 나온 시들이다. 정신없이 글쓰기에만 몰두했었던 것 같다. 시를 그만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시로 표현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 붙들고 썼던 것 같다. 정말 지쳤을 때는 다 놔버리기도 했다. 다른 책을 읽는다거나 영화를 보며 일부러 글을 쓰지 않으려 했다.

▶스물둘, <이십이시선>을 집필한다면.

<십팔시선>은 시 아홉 편 안에 최대한 나의 많은 색깔을 보여주려 노력했던 시집이다. 만약 <이십이시선>을 쓰게 된다면 나의 한 부분만을 다루고 싶다. 또, 첫 시집 출간 이후로 시간이 흘렀다 보니 잊는 것만이 잘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잊기 위해 쓴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떨 때는 기억하기 위해서도 글을 쓰기 때문에 꼭 한 가지 의미로만 시를 쓰고 싶지 않다.

▶시에 대한 편견을 깨려면.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 또한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 시를 쓸 수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누구든지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시를 쓸 수 있고, 그 사람이 쓴 글은 모두 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바탕이 된다면 글이 예쁘고 서정적이지 않아도 이것 역시도 시라는 것을 인정하며 편견의 틀을 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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