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 검’ 같은 과잠바 문화
특수학과만의 문화로 존재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과잠바 형식.

신입생들의 대학 로망 중 하나인 ‘학과 잠바’ 일명 과잠은 대학교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신입생 입학 후 3-4월에 과잠을 제작하고, 학과의 개성을 드러내며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제주대 캠퍼스에서 과잠을 입은 학생을 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과잠은 기념품샵에서 누구든지 구매할 수 있는 학교 잠바와는 다르다. 과잠은 해당 학과학생만이 살 수 있으며 소속 학과만의 디자인으로 제작해 개성 있는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과잠 제작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매년 초 실시하는 신입생 문화 중 하나로 꼽힌다. 취재결과  경북대, 전북대, 충남대, 충북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대부분의 학과에서 매년 과잠을 제작하고 있음을 밝혔다.

현재 제주대 15개의 단과대학 중 교육대학, 수의과대학, 약학대학, 의과대학으로 모두 4곳이 과잠이 있다. 인문대, 사회과학대, 경상대, 생명자원과학대, 해양과학대 학생회는 “이전부터 현재까지 과 잠바 제작 문화는 없었으며 앞으로의 계획 또한 없다”고 밝혔다. 이를 제외한 단과대학 학생회는 이전에 과잠을 맞췄던 경험은 있으나 앞으로의 계획은 없다고 답하거나, 일부학과에서 과잠 제작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알려진 2022학년도 과잠바 제작 예정인 학과는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단체 체육복), 사범대 윤리교육과, 공과대학 식품생명공학과뿐이다.

매해 과잠을 제작하는 교육대학 ‘새벽’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교육대학에서는 선배들의 과잠 문화를 이어 받아 대부분의 재학생들은 과잠을 갖고 있다. 12개의 전공으로 세분화됐고, 하나의 전공 당 9-10명 정도의 학생들로 구성된 것이 과잠 수요가 활발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학과 구성원의 수가 적으면 단합력이 높아 과잠 수요가 높다는 의견도 있지만, 학생들의 학교 활동 참여도도 과잠 제작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이서현 교수(언론홍보학과)는 “제주대 학생들이 과잠 제작에 소극적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학과비 납부율이 낮고, 학과활동 참여율이 낮은 상황에서, 그것도 매일 입어야 하는 강제성이 담긴 교복도 아닌데, 과잠을 제작하고자 하는 학과가 얼마나 될 것인가가 의문이다. 여기에는 과잠 제작이 주는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일 것”라고 말했다.

학생회비 납부율은 2019학년도 32.4% 2020학년도 40.9% 2021학년도 34.7%이며, 최근 5년간 학생회비 납부율은 30-40%대에 머물고 있다. 작년에 제작한 학교 잠바 사전 구매 학생도 전교학생 중 178명뿐이었다. 

과잠 문화는 90년대 서울 명문대를 중심으로 생겨나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과거에는 과잠 문화가 학벌주의의 폐해, 엘리트층의 과시용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거셌다. 현재 제주대에서도 같은 제주대이지만 전국에서 상위 랭킹된 학과 위주로 과잠 문화가 활성화됐다.

제주대 과잠 문화에 대해 서영표 교수(사회학과)는 “과잠이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위해 사용되면 좋겠지만, 우리라는 걸 보여주면서 상대가 우리보다 낮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제주대에서 사용되는 과잠의 모습이 그런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제주대의 많은 학생들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은 그런 과잠 문화가 부정적이라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열등하다고 착각하기에 과잠을 거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도가 집단성이 매우 강한 지역 같지만 상당히 분열적이다. 제주 사람들은 은연 중에 수도권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사회를 통해 느끼는 수도권 중심적 사고는 학생들이 입시 중에 육지로 가지 못했다는 좌절감. 즉 이런 부분에서 학생들이 굳이 자신이 제주대 학생임을 알려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 상황을 알 수 있는 시대에서 수도권 중심의 사고를 갖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매년 초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00학과 과잠 있나요?”의 질문이 올라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답은 “아니요. 특수학과 빼고 없어요”이다. 모든 제주대 학생에게 과잠이란 어떤 의미인가. 과잠이 학과 소속감을 위한건지 아니면 자기 과시를 위한건지, 우리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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