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간이 소통하듯 기계와의 소통 필요
“문과뿐 아니라 모든 영역의 사람이 코딩해야”

>> 슬기로운 교수생활 <6> 안도현 언론홍보학과 교수

안도현

언론홍보학과 교수

▶코딩에 관심 갖게 된 계기

코딩의 첫 시작은 무료 통계분석 도구를 찾으면서다. 석사 유학 중 유학생으로서는 거금을 들여 SPSS 학생용 버전을 구매했다. 석사 마치고 박사과정 중 그 ‘거금’ 들여 마련했던 SPSS가 구매한 지 5년 만에 라이선스가 종료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또다시 거금 들여 구매하는 대신 무료프로그램을 찾았다. 그렇게 알게 된 게 R이었다. 오픈소스로 무료인데다가 통계전문가들이 많이 사용해 SPSS보다 기능도 훨씬 뛰어났다. 이후 R을 이용하다 보니, 자료분석뿐 아니라 크롤링이나 텍스트마이닝 등 매우 다양한 영역의 것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SPSS는 완성된 애플리케이션이라 정해진 기능만 쓸 수 있지만, R은 프로그래밍 언어기에 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 할 수 있다. 유학 비용 아끼려고 시작된 R을 활용한 코딩이 나중에는 능력 확장에 도움 돼 계속 사용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코딩을 접목시킨 이유

우리는 지금 제2기계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제1기계시대는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시대라면, 제2기계시대는 기계가 지식노동을 대체하는 시대다.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기계는 사람이 직접 조작해야 하지만, 지식노동을 대신하는 기계는 ‘말’로서 기계에게 일을 시킨다. 코딩을 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는 기계에게 ‘말’로서 일을 시키려면 기계의 언어를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계의 언어(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는데, 문과생들이 현실적으로 많이 하는 일이 자료 분석이고, 자료 분석에는 R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언론홍보학과 교육과정에 넣게 됐다.

▶커뮤니케이션과 코딩의 교집합은

코딩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보통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말하지만, 앞으로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더욱 중요해질 영역은 인간과 기계의 소통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소통하기 위해 말하고 글을 쓸 줄 알아야 하듯 기계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기계의 언어로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문과도 코딩을 해야 하는가

문과‘도’가 아닌 문과‘는’ 코딩해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해야 할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컴퓨터 공학자 수준으로 할 것인지, 개발돼 있는 프로그램이나 라이브러리로 각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할 것인지 정도의 구분이다. 개발자나 과학자 수준까지 코딩 역량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나, 이미 개발된 도구는 활용할 수 있는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취직할 때도 문과가 코딩할 줄 안다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이 지금 세대의 대학생이라면 문과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학생들이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21세기의 글쓰기는 무엇인지, 문맹이 아니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생각하자. 조선 개화기 두 농부 집안의 아들 이야기를 들어보자. 둘 다 농부 아버지께 신식 학교에서 글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하자. 이때 농사뿐 아니라 글도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며 신교육을 받게 해준 농부 아버지와 농사나 하라며 보내주지 않은 농부 아버지가 있다. 두 집안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결과는 뻔하다. 

인공지능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정밀하게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개화기 때 신식 학교에서 글을 배운 농부의 자식과 안 배운 농부의 자식 같은 차이가 날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코딩은 중요한 기본적인 소양이다. 코딩 교육은 문과와 이과 구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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