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미래 갈등 해소의 길로 가야…‘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그 약속만은 지켜주길"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법학과 91학번ㆍ1997년 총학생회장

다들 ‘비호감 대선’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열심히 투표한 3월9일 대선은 끝났다. 국회에서 180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권력을 빼앗겼다. 도의원 선거에서나 가끔 보던 1% 미만의 격차였다. 잠들지 않는 새벽을 만들었다. 승자독식 민주주의 체제에서 민주당은 ‘거대여당’에서 ‘공룡야당’이 될 처지다. 

이번 ‘묻지마 정권교체’의 민심을 불러일으킨 책임은 1차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있다. ‘서울 부동산’ 정책 때문이었을까? 사실 ‘부동산공화국’의 핵심거점인 강남에서 민주당이 이긴 적은 거의 없다. 강남은 이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의 심장이 된 TK처럼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자랑하던 문재인 정부의 ‘K-방역’ 역시 이를 충실히 따른 국민은 여전히 코로나 한복판에 서 있다. 촛불혁명에 기대해 탄생한 문 정부는 한국사회의 근본적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채 지난 5년간 머뭇거리다 민심을 잃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이번 대선은 켜켜이 쌓인 표심이다. 승자가 된 국민의힘 역시 대선과정에서 ‘이대남’ 프레임으로 20대 청춘들을 성별로 갈라치기 했다. ‘여가부 폐지’라는 극명한 메시지로 ‘반페미니즘’을 선동하면서 ‘젠더갈등’을 일으켰다. ‘이준석, 윤석열표’ 훌륭한 선거공학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혐오와 갈등을 조장한 주범이 됐다. 선거 직전 윤 당선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대녀’ 표심잡기 전략인가 했더니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페미니스트의 꼬리표를 거부한다’는 작지만 세계적 소동이 있었다. 그날은 마침 114주년을 맞은 ‘3·8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각설하고 주권자인 국민이 선택한 윤 당선인은 인수위를 거쳐 오는 5월 그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통합과 협치, 공정 실현은 쉽지 않은 길이지만 국민에게 ‘어퍼컷’ 날리는 정권이 아닌 뚜벅이 정권의 길을 가기 바란다. 무엇보다 일부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검찰 공화국’, ‘정치보복 권력’, ‘성별갈등 정권’, ‘무속 청와대’는 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정책이다. 선거기간 정책공약에 큰 관심을 주지 못하게 한 선거였다. 그러나 국민의 삶은 정부정책을 통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윤 대통령 당선인의 제주 공약 중 △ 트라우마 치유센터 지원 등 4·3의 완전한 해결 △ 상급종합병원 및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 미래모빌리티 전후방 생태계 조성 등 제주형 미래산업 유치는 현실화했으면 좋겠다. △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관광서비스 △ 제주관광디지털 플랫폼 통합 포털화 △ 관광스타트업 육성 등 관광청 신설 공약은 긍정적이지만 ‘오버투어리즘’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양적 성장에 기반한 관광산업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방향 설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 쓰레기처리 걱정 없는 제주 △ 알뜨르비행장 주변 평화대공원 조성 추진도 제주도민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약속이다. 

문제는 제2공항이다. 제2공항은 10년 가까운 제주의 최대 현안이다. 공항 하나 더 짓는 수준의 논쟁이 아닌 제주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 하는 가치와 비전으로까지 확산했다. 이미 사회적 협의를 통해 제2공항에 대한 여론조사를 통해 반대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이런 도민들의 뜻과는 배치되는 제2공항 추진, 그것도 조속 추진을 공약했다. 영리병원도 논란이다. 전국에서 사실상 유일한 제1호 영리병원 정책은 소송중이다. 국민의힘 선대본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제주도지사 시절 도민공론조사를 통해 반대로 귀결된 사안이다. 하지만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윤 당선인은 영리병원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두 가지 현안에 대해 차기 정부가 강행한다면 제주도민들은 또 5년 내내 정부와의 싸움 길에 나서야 한다. 특별자치도가 아닌 갈등자치도가 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3월 10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통합과 협치를 내세웠다. 제2공항 문제와 영리병원 문제는 착공이나 정책 강행만이 아닌 제주도민과의 협치가 필요하다. 윤 당선인이 내건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그 언사는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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