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는 24만7077표다. 0.73%. 역대 대통령 선거 최소 격차다.

선거는 승자독식의 제도다. 승자독식의 구조 아래에서 승자와 패자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3월 9일 샴페인을 터트린 사람도 있겠지만 한숨과 절망과 탄식으로 밤을 새운 이들도 그에 못지않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들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극명한 진영 대결이었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상대방이 집권하면 ‘끔직한 결과’가 될 것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공격했다. 상대방을 최악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을 차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윤 당선인을 지지했던 이들에게는 부동산 문제와 소득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검찰공화국’으로 퇴행하는 민주주의의 암흑 시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시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망의 5년이 될 것이다. 

그가 당선된 것은 능력과 비전 때문이 아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보수 유권자의 소위 ‘복수의 정서’도 한몫을 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대선 기간 내내 우세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의 부상은 보수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날카로운 칼’로 그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선거기간 동안 그의 메시지가 그들의 욕망을 대변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국정 운영은 ‘날카로운 칼’만으로는 어렵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민주적으로 행사하고, 반대 의견을 가진 시민, 정치세력과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설득시켜야만 한다. 민주주의는 한판 승패를 겨루는 결과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과정의 상상력이다.

윤 당선인은 ‘법과 원칙’, ‘공정’을 내세웠지만 사법적 정의는 절차적 공정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공정은  이른바 사법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만 따져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의 바깥에 존재하는 소외된 존재들과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들을 현실정치의 장으로 가져올 때 비로소 실질적 공정이 시작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과연 그러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0선의 정치 신인이자 평생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판단해왔던 그가 과연 과정의 예술로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말과 행동으로 미뤄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 

정권을 되찾는 데 성공한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를 자신들의 정치적 성공으로 받아들인다면 0.73%는 언제든 거센 파도로 돌아올 것이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거친 파도가 돼 배를 침몰시키기도 한다.

5년이라는 시간은 승자의 것이 아니다. 시간은 0.73%의 차이를 만들어낸 시민주권의 편이다. 오늘의 태양도 저녁이 되면 저무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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