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 비정규직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장시간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60~70% 정도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대보험 혜택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정리해고로 인해 항상적인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비정규직은 현대판 노예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문제는 최근 한국통신 계약직, 대우캐리어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 이슈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비정규직의 비중과 관련하여 한 노동단체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 말부터 비정규직의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은 전체 노동자의 58%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고 있는가?

  사실 90년대 중반 이전 비정규직의 일자리는 주로 여성의 몫이었으며, 정규직과의 업무영역 자체가 다름으로 해서 정규직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되자 이전과는 확연하게 상황이 달라졌다. 대규모 정리해고로 인해 정규직 일자리는 대폭 축소되었고, 인건비 절감과 고용의 유연화를 위해 정규직의 빈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급속하게 대체되었다. 특히 사무직의 경우 임시직, 계약직 등의 형태로 비정규직이 1~2년 사이에 거의 배 가까이 확대되었다. 작년만 해도 신규채용의 80% 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형

  이처럼 정규직에 비해 엄청나게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주로 임시직 또는 계약직의 형태로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유형이다. 다음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주로 용역, 도급, 사내하청, 파견노동자 등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노동자 스스로 비정규직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유형이다. 끝으로 사용자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 등록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사업자화하여,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일을 시키는 고용형태의 특수고용 노동자가 있다.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레미콘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이 이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이며, 통상 노사간에 개별적인 근로관계의 성립에는 별 다툼이 없는 일반적 고용형태와는 달리, 사업자화 형식을 통해 노동자임을 부정하기 위한 사측의 고용형태라는 점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한다.

  중간착취 용인하는 간접고용 근절해야

  특히 간접고용은 중간착취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고용형태로써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간접고용은 일반적으로 사용사업주와 고용사업주가 다른 고용형태이다. 즉 사용사업주가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으면서도 자신은 실질적인 사용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도급계약, 파견, 용역 등의 형태로 고용사업주라는 중간단계를 끼워놓는 고용방식이다. 때문에 간접고용 노동자 중 상당수는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지만, 사용사업주가 일방적으로 도급계약 등을 해지하게 되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무늬만 정규직이고 실제로는 비정규직인 것이다. 그리고 고용사업주는 인력공급 역할만 수행하면서 노동자의 임금 중 일정한 부분을 인력관리라는 명분하에 착취해간다. 따라서 중간착취를 전제로 하는 간접고용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고용형태이다.

  이곳 제주지역에서도 지난 5월 1일부터 대한항공 건물 앞에서 대한항공제주면세점 여성노동자들이 ‘간접고용 철폐, 직접고용 쟁취’를 외치며 투쟁하고 있다. 사용사업주인 대한항공이 그동안 유지해오던 면세점도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40명의 여성노동자들이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요구는 아주 소박하다. 자신들은 지금까지 10년 이상 대한항공 직원의 지시를 받으며, 대한항공에서 근무해왔기 때문에 대한항공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이들의 소원대로 자신들이 일해왔던 기업에 직접 고용되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오한정(민주노총제주본부) 조직쟁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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