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가치, 수동적 수용 아닌 고민의 자세 필요
대학의 현안문제에 관심 갖고 참여하길

>> 슬기로운 교수생활 < 7 > 김치완 철학과 교수

김치완

철학과 교수

대학교마다 수강 신청 날 ‘빛(光)’의 속도로 ‘클릭’해야만 들을 수 있는 인기 만점 광클 수업이 있다. 광클 수업은 눈 깜짝하는 사이 수강정원이 다 차기에 재빠르게 신청 버튼을 눌러야 한다.

평소 철학을 어려워하던 사람들도 ‘이 수업’만 들으면 철학에 관심 갖게 된다고 한다. 많은 학생의 인생 수업이자 인기 만점 강의로 유명한 우리대학 교양 수업 ‘낯선철학하기’를 담당하는 철학과 김치완 교수를 만났다.

▶‘낯선철학하기’의 의미와 가르치게 된 계기.

낯선철학하기라 이름을 지은 이유는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던 것을 낯설게 보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질서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지키는 데만 그치지 말고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철학의 출발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철학은 당연한 것, 곧 가치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면 그것이 왜 익숙하게 됐는지, 어떠한 가치를 지녔는지가 보인다. 어떻게 하면 철학을 쉽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소크라테스, 공자로부터 내려오는 것이 아닌 최신 담론 주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면 어렵던 부분에 대해 벽을 덜 느끼고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 강의를 개설하게 됐다.

▶학생들이 강의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첨단 강의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인 90년대 후반부터 개인 노트북과 빔프로젝터를 들고 다니면서 수업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기에 수업 내용과 관련한 콘텐츠를 섞어 보여주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당시 학생들은 이러한 콘텐츠들을 좋아했는데, 현재는 주로 웹툰 혹은 OTT 서비스 같은 콘텐츠를 좋아하기에 현재 학생들이 공감되는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하며 수업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것들을 학생들이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 싶다.

▶기존 수업방식과 다른 낯선 수업방식이 있다면.

학교에 관한 일들에 대해 낯설게 보게끔 가르쳐주려 한다. 학생들은 교내에서 정해진 규칙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결국 교수 눈만 피하면 모든 일을 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철학에서 다루는 가치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 수업의 핵심이다.

학생들이 나의 수업 시간을 거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찾고 알아가면 좋겠다. 20대의 청춘이라면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이고 눈속임할 필요가 없다. 대학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존감을 가진 차세대 리더를 잘 길러내고 있는지에 대해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대학 공동체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대학 구성원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한데 모인 학문 공동체이다. 슬기로운 교수생활과 대학생활은 대학 공동체라는 전체 속에서 교육, 교수, 학습, 행정, 봉사 같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져야 가능하다.

각자 입장만 생각하다가 결국 혼자만의 삶에 만족하고 그 누구하고도 관계 맺지 못한다면 슬기로운 감방 생활이 될 것이다. 

스스로 소외시키지 말고 대학이 가진 현안문제에 대해 관심 갖고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어 대학 구성원이 다 같이 연대해야 한다. 대학 공동체의 복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슬기로운 교수 생활’은 ‘슬기로운 대학 공동체 속’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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