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예원

편집국장

겸손도 미덕이란 말은 과거와 다르게 현대 사회에서 자주 쓰이진 않는다. 자신이 지닌 강점과 능력을 솔직하게, 당당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사이다’와 같은 효과를 끊임없이 재창출하는 현대 사회 속 겸손은 미덕이 아닌 그저 솔직하지 못한 감정표현으로 여겨진다.

맞는 말이다. 겸손에는 대부분 부정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겸손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을 때, ‘아닙니다’와 같은 말로 부정을 하고, 상대방을 자신보다 더 치켜세우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기에 겸손을 부정적으로 보며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멋짐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겸손이 아닌 ‘당당한’ 태도를 마치 자신의 무례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나 권력이 있는 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자에게 행해지는 말과 행동들은 상당히 권위적이며 독재적인 경우가 많다. 그저 높은 위치에 앉은 자신이 자랑스럽고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 이른바 ‘갑’이 된 것처럼, 자신의 위치를 뽐내기 마련이다. 

이것이 겸손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겸손하라는 것은 자신의 장점을 부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겸손을 배제하고 마냥 당당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그것이 무례한 태도로 변질되고 피해받는 경우가 생긴다. 앞에서 언급했듯 상대적으로 지위가 차이나는 관계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는 학교에서 나타나는 교수-학생 관계 속에서도 적용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이 나타나는 학교에서 상대적 약자인 학생은 교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 교수가 학생에게 부탁하는 것과 학생이 교수에게 부탁하는 것이 똑같은 용기와 마음가짐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그러므로 교수, 더 나아가 한 단과대의 학장, 학교의 총장은 자신에게 겸손해야 한다. 그러한 겸손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 겸손하란 말이 그들의 당당함을 잃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겸손의 미덕을 부정하고 당당함만을 추구하는 사회 속 겸손함을 잃지 않고 당당함과 무례를 구분해야하는 자가 진정 누구인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대학교는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 한층 나아간 성장의 배움터이다. 이 장소에서 교수의 무례가 학생의 꿈을 짓밟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여컨대 한 단과대 학장이란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겸손과 배려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학생이 교수에게 겸손하듯, 교수 또한 학생에게 겸손한 자세를 지니며 학생을 존중해주길 바란다.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는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인가. 당당함 것인가. 나는 겸손한 자인가. 겸손하되, 당당해라. 그리고 높을수록 겸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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