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대학원생의 시간표 < 6 > 김채현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김채현(정치외교학전공 석사과정)씨

김채현(25,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씨는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3월에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현재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동시에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에서 연구원으로 대학원과 직장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 계기는.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 데에는 다양한 맥락이 있다. 첫 번째, 이상적으로는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용기 있는 지식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품고 왔다. 가장 좋아하는 책 구절 중 ‘지식은 용기가 뒷받침될 때 위대함을, 즉 불멸을 낳는다. 용기가 없는 지식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가 있다. 지식을 배우고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아 바로 실천하는 ‘용기 있는 지식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지식인들 사이에서 공부하다 보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설레고 기대가 됐다. 

두 번째, 현실적인 맥락에서 내가 가고 싶은 필드로 나아가려면 석사학위가 반드시 필요했다. 정치외교학과에서 공부하면서 국제개발협력 즉,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와 경제ㆍ사회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는 국제사회 전체의 노력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국제개발협력 종사자들에게는 대부분 석사학위 이상을 필요로 한다. 학사학위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올라갈 수 있는 커리어에 한계가 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 자체도 범위가 정말 포괄적이기 때문에 보건, 여성, 환경 등 더 세부적인 나의 전문분야를 갖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자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 기반을 대학원에서 시작해 제주와 국제사회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상황적 맥락에서 롤모델을 닮고 싶어 제주대학교 대학원에 들어오게 됐다. 학부생 때 교수님의 논문 연구 용역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지식인들 사이에서 제주의 미래에 대해 논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러웠고, 연구에 큰 흥미를 느꼈다. 사실 그때 뵙게 된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중이신 분이 내 롤모델인데 ‘대학원에서 공부하면 그분처럼 될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에 망설임 없이 대학원을 선택했다.

▶대학과 대학원의 차이는 어떠한지.

대학은 자신의 전공에 따라 기본 이론과 지식을 공부하는 곳이라면, 대학원은 지식을 공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에 대해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곳이다. 대학원에서는 본격적인 ‘연구’에 대해 배운다. 이 때문에 석사학위 이상을 요구하는 회사는 분석 능력과 연구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는다. 

한국에서 대학에 대한 인식은 다수가 대부분 기본적으로 가는 곳이지만 대학원은 공부가 정말 재밌고 하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해서 가는 곳이다. 학부에서는 주로 일방적으로 교수님께 지식을 배우는 수동적인 수업이 많다면 대학원에서는 학생 스스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나의 연구 분야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공부하고 토론하며, 수업에서도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쉽게 말해, 교수님이 혼자 강의하시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이끌어나가는 수업방식이다.

▶학교생활은 어떤지.

학교에 가면 그동안 좁은 시야와 공간에서 활동하다가 더 큰 세계를 보고 나를 성장시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직장에서 일하다 대학원에 가면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돌아온다.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다른 대학원생들을 보면 자극도 받고 영감을 얻기도 하는 것 같다.

▶하루 일과는.

아침형 인간이라 새벽 시간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새벽에 운동이나 공부를 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다가, 오후 6시 반부터 오후 9시 반까지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돌아온다. 대학원 수업이 없는 날 저녁은 주로 과제를 하거나 공부한다. 대학원 수업이 없는 날은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인데,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은 늦게 잘 수밖에 없어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는 하다.

▶직장과 대학원 병행이 힘들진 않은지.

사실 처음에는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오만이었던 것 같다. 직장 일을 금방 끝내고 남는 시간에 짬을 내어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업무하느라 연구를 신경 쓸 틈이 없다. 적응 기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다. 차차 적응되면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전에는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면 여유가 찾아왔었는데, 지금은 내가 여유를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정말 쉴 시간이 없다. 아무리 바빠도 틈틈이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가끔은 내가 직장인인지, 대학원생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한다.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그냥 일만 하는 사람인 것 같다가도 대학원에 오면 ‘그래 내가 공부하던 학생이었지’하고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직장인이나 대학원생 하나에 몰입하기보다는 둘의 밸런스를 잘 찾아 나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학위 이수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유엔자원봉사단(UNV)에 나가고 싶다. 국제개발협력은 기본이 석사학위 이상을 요구하고, 석사학위가 없으면 커리어가 끊길 우려가 있기에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현장에 나가 커리어를 쌓아나갈 것이다. 

사실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개발도상국 현장에는 반드시 나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읽는 것과 실제 몸으로 부딪치며 깨닫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외교부나 한국국제협력단에서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국제기구나 해외에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그 기회들을 이용해 나만의 전문성이 생기면 그 분야의 현장에 나아가 경험하고, 후에 학업에 더 욕심이 생긴다면 아마 박사과정도 다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상상했던 대학원과 현실은 같은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생은 발제 기계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내가 원하는 분야만 연구할 줄 알았으나, 논문 혹은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한 내용을 요약하고 발표하는 발제를 매시간 진행한다. 논문과 책을 읽으며 지식을 공부하는 입력(input)이 있어야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출력(output)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연구를 하려면 나만의 관점이 분명해야 하는데, 난 아직 덜 공부해서 그런지 이 논리도 맞는 것 같고 저 논리도 맞는 것 같아 헤매는 중이다. 나만의 관점을 가진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최근 고민이 있는가.

대학원생으로서의 고민은 아직 연구주제를 구체적으로 잡지 못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주제와 잘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위치에서 관점을 가지고 연구주제를 설정해야 한다는데 아직 그게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개인적인 고민은 정말 확신을 갖고 대학원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데에도 가끔 이 길이 맞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은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불안감이다. 그럴 때 물음표보다는 느낌표를 찍으며 나아가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를 믿고 묵묵히 끝까지 나아가다보면 이 선택이 맞았구나 확신이 들 날이 올 것이다.

▶힘든 대학원 생활 속 재미를 찾아가는 나만의 노하우는.

연구는 정말 지식노동이다. 무에서 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머리에 쥐가 나고 고통스러운 작업인 것을 알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고 논문에 내 이름이 들어간 것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연구의 재미를 알게 돼 지적인 고통에도 꽤 중독돼버린 것 같다.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내가 모르던 지식을 깨닫고 지식인들 사이에서 토론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쾌감이 생긴다.

▶대학원 지망 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학부와 달리 대학원은 정말 선택에 의해 가는 곳이기에 공부에 대한 열의, 강력한 동기, 뚜렷한 신념 등이 없다면 쉽게 지치고 포기할 수도 있다. 대학원을 지망할 의향이 있다면, 관련된 책이나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고민하기를 바란다.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아직 자신의 연구주제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원 이름보다는 지도교수나 자신이 닮고 싶은 학자, 연구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잘 알고 계신 교수님이 있는 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 경험자들의 조언을 많이 듣는 것을 추천한다. 

막상 대학원에 들어와 보니 정말 공부가 재밌고 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정말 공부가 하고 싶은지, 연구하는 일이 나랑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 신중을 다해 선택한 길이 대학원이라면,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원하는 바를 이루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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