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80호 세한도
추사 김정희의 내면세계
“문화적 자긍심 되새기길”

‘세한도, 다시 만난 추사(秋史)와 제주’ 특별전 전시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4월 5일부터 5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 유배했을 당시 그렸던 작품인 <세한도>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이다. 

전시에서는 178년 만에 작품의 탄생지로 돌아온 <세한도>를 비롯해 <불이선란도>, <김정희 초상> 등 13점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4월 23일에는 전시와 연계해 추사 김정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의 특별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2020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세한,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의 순회전시로 마련됐다. 앞서 열린 전시는 손창근 미술품 소장가가 대를 이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세한도>를 2020년 9월 기증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김정희필 세한도는 국보 제180호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화다. 이는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가 1844년 조선 헌종 시절 제주에 유배됐을 당시 59세의 나이로 그린 작품이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다. 김정희는 8년 4개월간의 유배동안 자신을 위해 청나라에서 서적 등을 보내주어 위로하던 제자 역관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세한도>를 그렸다. 이는 이상적과 그의 제자 등을 거쳐 100년가량 전승돼 청나라 문인 16명과 우리나라 문인 4명의 감상평이 덧대어져 14.7m의 대작으로 완성됐다.

<세한도>는 긴 두루마리에 그려졌다. 소나무, 잣나무 네 그루가 좌우 대칭을 이루며 초가집 한 채를 둘러싸고 있으며 주위는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하여 극도의 절제와 간략함을 보여준다. 우측 위는 <세한도>라는 제목과 함께 ‘우선시상’, ‘완당’이 쓰여있고, 도장이 찍혀있다. 물기 없는 먹으로 거칠고 메마르게 그려져 한 채의 집과 고목이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가 추운 겨울의 맑고 청절하게 표현한다. 마른 붓질과 묵의 농담, 간결한 구성에서 지조 높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볼 수 있다. 세한은 설 전후의 매서운 추위를 뜻한다. 김정희는 제주에 유배되고 세한의 시간을 겪으며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 비로소 그 지조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을 작품에 담았다. 푸르른 송백을 소재로 시련 속에서도 신의를 굳게 지킨 변치 않는 마음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며 선비의 절조와 제주도에 유배 중인 자신의 처지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작품의 제목인 세한은 논어 자한편 9-28 장절에서 인용됐다.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는 구절을 모티프로 해 시련 속에서도 변치 않는 신의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조선 최고의 문인화로 평가받기도 한다.

전시를 관람한 임채원(국어교육과 3)씨는 “세한도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뿐이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세한도의 진면목에 대해 잘 알게 됐다”며 “ 여러 사람들의 감상평이 덧붙여진 대작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됐고,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다시 제주로 돌아와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고 전시 감상 소감을 밝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이 전시가 178년 만에 <세한도>가 탄생한 제주에서 <세한도>를 직접 접할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자리이자 도민들과 관광객들이 전시를 감상하면서 문화적 자긍심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며 “추사 예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가 제주에 남아 있는 추사 김정희의 자취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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