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ㆍ3평화공원서 3일 희생자 추념식 열려
서울 추념식ㆍ대학생 평화대행진 등 다양한 추모 행사
국가 폭력 아래 4ㆍ3 과거 아닌 현재 진행형

제74주년 제주 4ㆍ3 희생자 추념식이 4월 3일 제주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추념식은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했다.

올해는 제주 4.3이 74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4.3일 당일뿐만 아니라 이날을 전후해 제주도 각지에서는 애도의 뜻을 지니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추념식이 열렸다.

◇ 제주 4ㆍ3을 기리며 

4ㆍ3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4ㆍ3사건으로 인해 제주지역 공동체는 파괴되고 엄청난 물적ㆍ인적 피해를 입었다. 

1980년대 이후 4ㆍ3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뤄졌으며 이는 곧 결실을 맺게 돼 2000년 1월에 <4ㆍ3 특별법〉이 공포됐다. 이에 따라 2000년 8월 28일 ‘제주 4ㆍ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위원회’가 설치돼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03년 10월 정부의 진상 보고서가 채택되고,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이 이뤄졌다. 이후 4ㆍ3평화공원 등이 조성됐다. 

◇ 제74주년 제주 4ㆍ3 추념식 열려

제74주년 제주 4ㆍ3 희생자 추념식이 4월 3일 제주 4ㆍ3 평화공원에서 거행됐다. 이번 추념식은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했다. ‘4ㆍ3의 숨비소리, 역사의 숨결로’를 주제로 마련된 이날 추념식은 10시 정각에 묵념 사이렌을 울린 후 1분간 묵념했다. 

추념식은 △오프닝 영상 상영 △헌화 및 분향 △국민의례(묵념) △4ㆍ3 유족회장과 도지사 권한대행의 인사말 △추념사 △추모 공연1 △유족 사연 소개 △추모 공연2 △폐식 순으로 진행됐다. 이는 KBS 2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국민의례와 묵념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국방부 군악대가 추념식 연주를 지원했다. 애국가 제창에서는 유족들이 출연해 제작된 영상이 선보였다. 

◇ 초대받지 못한 유족들

2년 만에 야외에서 진행된 추념식이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4ㆍ3 추념식 참석 인원이 제한되면서 현장에 들어서지 못한 일부 유족들의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참여 인원은 299명으로 제한됐으며 당선인과 국무총리 등 주요 내빈과 함께 4ㆍ3 유족들을 그 대상으로 했으나 초대받지 못한 유족들이 있어 혼선이 빚어졌다. 

행정안전부는 해당 추념식에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했으며 출입구에서 일일이 신원 확인을 한 후 검색대까지 동원해 초청 인원만 들여보냈다. 사전 통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일부 유족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추념식이 시작되자 출입하지 못한 유족들은 펜스 밖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4ㆍ3에 희생된 조상을 위해 묵념과 기도를 하며 넋을 기렸다.

제주도는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유족과 도민을 위해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온라인 추모관을 별도로 운영했다. 또 올해 처음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추모관(추모공원 가상체험)을 구축해 선보였다. 

◇ 전국 각지에서도 추념식 열려

4월 3일 11시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어울쉼터에서 제74주년 ‘제주 4ㆍ3 서울 추념식’이 개최됐다. 서울 추념식은 제주 4ㆍ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추념식이 끝난 직후 이어졌다. 

추념식에서는 ‘순이삼촌’을 통해 제주 4ㆍ3을 최초로 소설로 형상화하고 40여 년 넘게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가들과 독자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친 현기영 작가가 참석했다. 현기영 작가는 이번 서울 추념식에서 4ㆍ3의 전국화와 대중화에 힘써온 서울시립대 서지혜 학생과 편지글을 주고받는 형식의 기념사를 낭독했다. 

이어 이소선 합창단 제주 4ㆍ3 공식 추념곡인 ‘잠들지 않는 남도’ 가창이 진행됐다. 이소선 합창단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인권운동가인 고 이소선 여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단체다. 

서울 추념식을 시작으로 인사아트프라자 ‘동백이 피엄수다’ 전시, ‘인디스페이스와 함께하는 4ㆍ3과 친구들 영화제’, 전태일 기념관에서 진행되는 ‘봄이 왐수다’ 전시 등 제주 4ㆍ3 제74주년 서울지역 기념행사도 이어졌다. 

◇ 대학생의 동참 이어져

제주 4ㆍ3 제74주년을 앞두고 제주지역 4개의 대학교 총학생회가 평화 대행진을 감행했다. 참여한 대학교는 제주대학교, 제주관광대학교, 제주국제대학교, 제주한라대학교이다. 각 학교의 총학생회 및 선거운동본부는 4월 1일 2022 대학생 제주 4ㆍ3 평화대행진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4ㆍ3의 온전한 진상규명’, ‘4ㆍ3의 정의로운 해결’, ‘제주 4ㆍ3을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의 내일로 이어가겠습니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제주시 관덕정을 출발해 중앙로 사거리를 거쳐 제주시청 앞까지 행진했다.

이외에도 4ㆍ3을 기리는 대학생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청신호(김영인 정치외교학과 4)는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4ㆍ3 인권법 제정 청원 서명을 받았다. 이번 청원은 미국 의회에서 4ㆍ3 인권법을 제정해 4ㆍ3 인권 유린 역사를 부정해왔던 것을 치유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또한 올해 다랑쉬굴 발굴 30주년을 기념하고 지난해 UNESCO에서 제주 4ㆍ3 수형인 오희춘 할머니의 4ㆍ3 증언회의 취지를 계승하는 의미가 담겼다. 

◇ 국가 폭력 아래서 4ㆍ3은 

개인과 개인 간 책임이 아닌 ‘국가’가 개인에게 피해를 준 국가 폭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디지만, 끊임없이 국가에 의한 폭력을 제거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왔다. 덕분에 많은 죽음들에 비로소 이제 편히 가시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어떤 때는 책임자를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것이 많다. 진상도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도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는 시대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니 양자가 모두 밝혀졌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피해자를 여전히 빨갱이로 몬다. 이들은 사회의 한쪽에서 피해자들을 불순한 사람들로 몰아가려 한다. 이 악의적인 구도 속에서 우리 눈에는 양자의 대립만 보인다. 이 대립 속 해결책은 불순한 사람들로 몰아가려는 사람들을 불순하다 정의하며 사회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상 자체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뿐 온전한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불완전한 국가 속 피해를 받는 자는 여전히 생성되며 국가 폭력 아래서 4.3은 개인과 국민을 양극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4ㆍ3은 국가 폭력의 일환이다. 국가 폭력이 여전히 반복되는 상황 속 4ㆍ3 또한 현재이다. 이 현재를 어떻게 발판삼아 나아갈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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