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의 벚꽃길과 ‘4ㆍ3 작은 전시관’ 4ㆍ3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큰 울림이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법학과 91학번ㆍ1997년 총학생회장

제주대의 4월은 벚꽃으로 상징된다. 교내ㆍ외 만개한 벚꽃길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설렘을 제공한다. 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는 ‘사진맛집’ 장소가 되고 있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까지 제주대의 4월은 사실 벚꽃 향기만 진동하던 교정은 아니었다. 

4ㆍ3을 도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제주대 학생들이 있었다. 교문을 나서자마자 마주친 것은 벚꽃길이 아니라 ‘백골단’과 ‘체류탄’이었다. 격렬하게 한판 격돌 후 제주시청이나 중앙로까지 가두시위를 이어가면서 4ㆍ3의 진상을 제주도민들과 함께 공유했던 청년들의 몸짓이 있었다. 

그동안 4ㆍ3 운동 경력을 팔아 출세하고 행세하는 인사도 일부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꽃비’처럼 잠시 지기는 했지만 지금의 4ㆍ3의 역사를 만든 실제 주인공들이다. 

스스로 찾아오는 계절의 봄과는 달리 역사의 봄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4ㆍ3의 남은 과제 

74주년 4ㆍ3의 봄은 그 어느 해 봄과는 다르다. 지지 여부를 떠나 보수정당의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4월 3일 제주를 찾아 4ㆍ3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그날 10시 전도민 추모 사이렌 시각에 맞추지 못해 지각했고, 모두가 묵념하고 있을 때 그 앞을 지나치는 결례가 있었다. 하지만 보수정권 입장에서는 조만간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선자가 처음으로 4ㆍ3 추념식에 참석한 역사를 썼다.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4ㆍ3 역사의 진전이다. 

특히 올해 20년 만에 통과된 4ㆍ3특별법 전부개정으로 인해 불가능한 일인 줄 알았던 정부차원의 제주4ㆍ3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도 시작된다. 명예회복을 위한 4ㆍ3 재심도 진행되고 있다. ‘할망 무죄’ , ‘하르방 무죄’ 판결도 나오고 있다. 자식들에게도 알리지 못했던 ‘빨갱이’라는 70여 년간의 낙인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4ㆍ3의 추가 진상조사를 위한 활동과 국가차원의 4ㆍ3트라우마센터 추진 등도 올해 본격화될 예정이다.

4ㆍ3의 내일을 향한 숙제는 명료하다. ‘백비’로 쓰러진 채 남겨진 4ㆍ3의 이름을 되찾고 바로 세우는 일이다. 세계 지도를 펼치면 한반도는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74년 전 한반도의 분단을 거부하고자 했던 항쟁의 외침은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로, 동북아 평화질서의 회복이라는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지금도 유효하다. 4ㆍ3 당시 국제정세 속에서 학살의 한축이었던 미군정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한다. 
 
◇ 작은 기억의 공간, 큰 울림으로 

최근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는 제주4ㆍ3평화재단의 협조를 받아 언제든 4ㆍ3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제주대 학생회관 3층에 ‘4ㆍ3 작은 전시관’을 개관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공간은 인연이 깊다. 대학시절 제주대학교 교지인 ‘한라산’ 교지편집위원회가 있었던 공간이다.  지금은 사라진 교지지만 4ㆍ3문학상 전국공모사업도 하고 4ㆍ3을 알리기 위해 작은 노력들도 있었다. 

총학 창고로 활용됐던 4ㆍ3 전시관은 소박하지만 다양하다. △ 4ㆍ3 연표 △ 제주4ㆍ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 사진으로 보는 제주대학교 △ 4ㆍ3진상규명운동 △ 전국대학생4ㆍ3평화대행진-우리는 함께 걸었습니다 등 네 개의 전시와 상설분향소, 영상 시청 코너 등으로 구성됐다.

디자인은 제주대 미술학과 출신이자 박경훈 작가가 나섰다.

‘제주4ㆍ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코너는 고등학생이라도 4ㆍ3의 전개과정과 피해 상황을 5개의 패널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대학교 4ㆍ3 진상규명운동 코너는 1989년 제주대학교에서 처음 진행된 4ㆍ3 추모제를 비롯한 제주대 학생들의 과거 4ㆍ3진상규명운동의 모습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은 4ㆍ3진상규명운동 현장을 낱낱이 필름에 담아온 제주 출신 김기삼 작가의 작품들이다. 

총학으로서는 4ㆍ3 공약 이행일 수 있지만 나와 같은 학교 밖 동문들에게는 4ㆍ3의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큰 울림이 있는 공간이다. 

4월 벚꽃길과 함께 학생회관 3층도 한 번 들려주기 바란다. 그래도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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