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윤 정기자

4월 5일은 제77회 식목일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필자의 주변에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경북 울진을 시작으로 삼척·강릉·동해 지역을 강타한 산불로 인해 엄청난 숫자의 나무가 소실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에 탄 나무가 울진·삼척에서 1961만 7587그루, 강릉·동해 522만 1872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산불로 인해 소실된 나무를 생각해서라도 올해 식목일에는 꼭 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디에 나무를 심어야 할지,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지, 언제 심을 수 있을지 등 여러 고민이 생겼고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옛날에는 전국의 관공서·기업·학교 등에서 시민들을 초청해 대규모의 나무 심기 행사를 열었고 산림청에서도 수종별 특징과 식재 기준, 그루 당 비료의 양 등의 기준을 적은 안내문을 돌리며 나무 심기를 권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경험할 수 없었지만 식목일이 공휴일로 제정돼 있어 가족 단위로 나무를 심으러 다녔다는 어머니의 말씀도 떠올랐다.

그렇다면 현재 식목일의 모습은 어떤가? 

첫째, 식목일은 시간이 부족하다. 식목일은 더 이상 공휴일이 아니다. 일을 나가는 사람들, 학교에 가는 학생들이 나무를 심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둘째, 식목일은 공간이 부족하다. 건물로 가득 찬 도시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셋째, 식목일을 감싸는 환경의 변화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의 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할 수 없는 것처럼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세월과 문화 그리고 환경, 모든 것이 변했다. 그러나 ‘식목일에는 나무를 심어요’라는 슬로건 하나만큼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나무를 ‘어디에, 어떻게, 언제’ 심을지에 대한 개인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없다면 식목일 문화 자체를 변화시켜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로운 식목일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직접 나무를 심는 게 아니더라도, 나무와 숲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인 ‘플로깅’을 적극 활용하여 식목일에 산이나 오름을 다니며 산과 오름 플로깅을 할 수도 있고, 나무 심기 키트를 구매하면 구매 금액의 일부를 나무를 심는데 사용하는 펀딩에 참여하여 간접적으로 나무 심기 운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1년에 단 한 번뿐인 식목일에 나무를 심을 수 없다면, 나무와 숲의 소중함을 느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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