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나들이』, 고재환, 보고사, 2017

눈물-소 : 너무 서러워서 늪이 이루어질 만큼 많이 흘린 눈물. *눈물소에 베 세와 두곡 한숨이랑 지으멍 살라.(‘눈물소’에 배 세워 두고 한숨일랑 지으며 살아라.)[전역]

『개정증보 제주어사전』(제주특별자치도, 2009)에 나와있는 ‘눈물소’에 대한 부분이다. “너무 서러워서 늪이 이루어질 만큼 많이 흘린 눈물”이라니. 서러운 과장법이다. 그 소엔 배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눈물이 가득하다. 제주도에서는 추울 때 ‘얼다’라고 말한다. ‘춥다’보다 ‘얼다’가 매우 감각적이다. 또 이 섬에서는 비슷할 때 ‘같다’보다 ‘닮다’를 더 많이 쓴다. ‘닮다’는 똑같지는 않더라도 서로 어울리며 지낸다는 정서를 품고 있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스폿을 자주 들었다. 진행자 양기훈의 입담이 살아있는 제주어를 들을 수 있는 방송이었다. 제주어로 정치 풍자를 하곤 했는데 제주어라서 직접 말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 제법 강한 비판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제주어 나들이』의 저자 고재환은 요즘 제주MBC 라디오에서 제주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너 제목도 ‘제주어 나들이’다. 이 책에는 방송되었던 원고도 수록되었다. 제주어 활용의 실제를 보여주며, 특히 제주속담 부분에서는 제주의 생활문화도 알 수 있어 의미있게 살필 수 있다.

“백중에 마농 싱그민 백 개로 거린다.(백중에 마늘 심으면 백 개로 갈라진다)”, “대소한 추위 쉬염발에 동곳 산다.(대소한 추위 수염발에 고드름 생긴다.)” 등 계절이나 농사에 얽힌 속담도 있고, “벤 짐은 갈랑 져도 빙은 못 갈랑 진다.(무거운 짐은 나눠서 져도 병은 못 나눠서 진다.)”, “제주산은 험산이난 악찬 사름 잘ㅤㄷㅞㄴ다.(제주산은 험산이니 악착스러운 사람 잘된다.)” 등 심리나 성품에 대한 속담도 있다.

“사람광 마쉰 둔 갈라지민 안뒌다.(사람과 마소는 무리에서 갈라지면 안된다.)”는 속담은 4·3을 떠올리게 한다. 소개령이 내려지자 마을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한데 모여 피했다. 사람과 마소는 무리에서 갈라지면 안된다는 속담대로 난리가 그치길 기다렸던 사람들이 있었다. 

제주어 표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을 때 김수열 시인은 “나는 어머니가 쓰는 제주어를 쓴다.”라고 말했다. 언어는 그렇게 그 지역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게 된다고 비트겐슈타인도 말했다. 

제주도 어르신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먹엄직이 살암직이”와 “살암시민 살아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살아야 하는데 살기 어려웠던 세월에 대한 기원의 목소리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