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대신 어른에게 세상의 소리 외치고자 글 써
소설 속 인물에 유년 시절 나 자신 투영되곤 해
미체험 세대가 바라봐야 하는 4ㆍ3 얘기하고파

>> 전지적 제주 작가 시점 < 6 > 조미경 작가

조미경 작가

▶첫 소설집 <귀가 없다> 출간 계기는.

2003년도에 제주작가 신인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결혼과 육아로 책을 내지는 못했었다. 늦었다고 생각하던 때에 주변 작가들의 응원으로 용기를 냈다. 그동안 써왔던 글들과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얻은 아이디어를 통해 이번 책을 기획했다. 소설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인물에 투영해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소설집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책에 인간의 성장통을 다룬 여섯 편의 소설이 수록됐다. 소재 선정의 이유는.

작가들이 처음 작품을 쓸 때 대개 자기 자신이 투영되곤 한다. 내가 등단하게 된 첫 소설 <똥돼지>도 마찬가지로 내 유년 시절이 많이 반영됐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겪었던 상처들로 성장이 완만하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지금 시점에서도 그 기억은 문득 떠오른다. 유독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으로 고통받아온 친구들을 마주할 때 내 유년 시절이 선명해진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 응어리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작품을 쓸 수 없겠다는 생각에 글을 써 내려갔다.

글을 쓰면서 결국 아픈 유년의 나를 달래줄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의 내면에 또 다른 자아들이 있듯이 내 내면에는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어리기 때문에 더한 이해를 강요받거나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부딪힌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어른들이 읽는 책에서는 이런 주제가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소설 영역을 선택했다. 성장하지 못한 성인이 세상의 엄마 아빠들 혹은 어른들에게 외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불완전한 어른이 되는 과정에 부모의 불안과 욕심이 공존한다. 어른이 지녀야 할 태도는.

어른이라고 해서 늘 성인군자 같은 바른 태도만 보여줄 수 없다. 성숙하고 싶지만 그게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어른이 되면 저절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오히려 어른이 어린이보다 유치할 때도 많고 말과 반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소설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주변인들에게 받았던 상처 속에서 나 자신만 들여다 봐왔다는 것이다. 어른의 고통을 나눠 보고 나서야 부모 역시 자기성찰이 이뤄진 어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상처를 전혀 주지 않기란 쉽지 않다. 상처는 성장의 가장 주요한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부족한 점을 오픈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돌이켜보면 부모님의 이혼보다도 동정을 가장한 호기심의 질문이 나를 힘들게 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고통을 반사할만한 어떤 충격 완화 장치가 없다. 너무 쉽게 이혼을 말하는 세상을 얘기하고 싶다.

▶불완전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불완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 또한 그랬다. 결혼 후 촌으로 막 이사했을 때 한동안 집 밖에 나오는 것도 어려웠다. 실수를 연발하는 부족한 내가 보잘것 없이 느껴졌었다. 밤마다 자기비하하는 데 시간을 썼다. 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할 때 비로소 다른 길이 보인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중국산, 국산 하듯이 나는 ‘제주산’이기 때문에 제주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책에 담긴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소설에도 이주민과 관련된 갈등 문제가 녹여져 있다. 대학 시절 4·3 문학상에 공모해 상을 받았는데 되레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아픔을 경험하지 않은 미체험 세대기 때문에 마치 조작된 시 같았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제 끝났다. 현세대가 바라봐야 하는 4·3에 대해 다시 얘기하고 싶다. 전쟁이라는 상황에 새롭게 접근한 영화 <판의 미로>처럼 미체험 세대만이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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