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대 유학생을 만나다 <1> 카밀로바 말리카(국어국문학과 4)씨

카밀로바 말리카 (국어국문학과 4)씨

제주대에는 한국인 학생뿐만 아니라 30여 개국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길에 올라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연해주에 있는 극동 러시아의 중심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카밀로바 말리카(국어국문학과 4)씨를 만나 제주대에서 보내는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2018년 8월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제주대에 입학했다. 현재 국어국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러시아에서 여행사에서 일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접했던 경험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관광경영학과도 복수전공하고 있다. 원래 본국에서는 회계학과를 전공했는데,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싶어서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하고 유학을 왔다. 한국 이름은 안나린인데, ‘나린’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는 의미로 처음 한국어를 배울 당시 봉사활동을 온 한 대학생이 지어줬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천사는 성격상 맞지 않아 천사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성으로 ‘안’을 붙여 안나린이 됐다.

▶제주대로 유학을 오게 된 계기는.

한국으로 유학하러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 온라인으로 대학교 원서접수를 하는데 마침 제주대학교의 접수 기간과 겹쳤다. 그 후 제주대학교가 어디에 있고,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됐다. 또한 제주가 섬이라는 점이 좋았다. 그 당시에는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외국인 친구보다 한국인 친구를 더 많이 사귀고 싶었다.

그래서 대도시보다는 섬이라는 지역적 공간이 외국인 학생이 더 적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도 있다.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서 유학에 대해 부모님이 걱정하셨는데, 제주에 대한 영상과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지금 사는 곳보다 자연환경이 더 좋다는 장점을 들어 설득했다. 그 결과 부모님도 유학을 허락해주셨다.

▶한국어는 어떻게 학습했는지.

원래 다녔던 본국 학교에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그 당시 입학했을 때는 한글 자체를 몰랐는데, 같이 입학했던 동기들은 한국어에 대해 읽기, 쓰기와 같은 기초적인 학습이 돼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때는 다른 학생들보다 뒤처진 탓에 늦었다고 생각해 포기했다. 하지만, 졸업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한국어 독학을 시작했고 1년 정도 투자했다. 독학은 한국어로 된 책을 읽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루 약 300페이지의 분량을 읽었는데, 그 분량을 읽기 위해서는 3~4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언어를 처음 공부할 때 그 발음을 실수할까 봐 걱정을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발음을 들어보기 위해 녹음도 같이했다. 녹음된 것을 계속 들으면서 이상하게 들리는 것을 체크하고, 익힌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고 번역을 돌리면서 재미있게 공부하려고 했다.

이 방법으로 공부를 하니 목소리와 발음에 점차 익숙해졌고, 나중에 사람들과 대화할 때 틀릴까 봐 걱정하는 것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제주대에 다니면서 좋았던 경험이 있는지.

일단 처음 입학했을 당시 1~2년 동안은 외국인 친구가 아닌, 한국인 친구만 사귀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한국인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봉사활동 동아리, 배드민턴 동아리, 제라미 같은 교내활동, 대외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본국 학교에서는 공부에만 집중하고 동아리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제주대에 다니면서는 여러 활동들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교내활동을 통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진짜 어른이 됐다는 느낌을 받아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학교생활을 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는지.

가장 어려운 것은 친구 사귀는 것이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 동아리나 여러 활동을 해보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지나칠 때 인사하는 지인 정도에서 그쳤다. 같이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어디를 함께 놀러 가거나 하는 친한 친구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외국인 유학생 중에는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려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한국어가 서툴러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 경우에는 같은 국적의 사람들끼리만 소통하게 된다.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인 학생이나 자신과 다른 국적의 외국인 학생과 사귀기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것 외에는 유학생의 신분으로서 어려웠던 점은 없다. 이상하게도 여기는 외국이기 때문에 자기 말과 행동에 대해 겁이 나야 하는데, 의외로 낯설거나 무서웠던 경험은 없다. 한국에 대해 다 이해가 되고,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됐기에 외국에 나와 있다는 느낌이 거의 안 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불편했던 것도 별로 없었다.

▶제주대에 다니면서 겪은 문화적 차이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국에서는 보통 나이를 얘기할 때 만 나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만 나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의 나이를 물을 때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문화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라의 이미지와 관련된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에게 “러시아 사람이니까 술 잘 마시겠다”, “러시아는 여기보다 추우니, 겨울에도 하나도 안 춥겠다”는 말을 듣고는 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이다. 물론 러시아도 춥긴 했지만, 한국의 추위가 춥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것을 한 가지를 뽑자면 밥의 진심인 한국인들의 모습이다. 맛집이라는 단어도 한국에만 있고, 여행을 가게 되면 밥을 우선순위로 두거나, 밥 먹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언어학 관련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것이 꿈이다. 보통 외국인이 타지에서 언어를 가르친다고 하면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칠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학원에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을 교사를 고용한다.

하지만 한국인이 한국어 문법을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외국인도 모국어의 문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언어는 그 언어를 제대로 전공한 사람이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마음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제대로 언어를 전공하고 그것을 가르치고 싶다.

▶제주대에서 유학생들에게 지원해주는 것들에 만족하는지.

학교에서 유학생에게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은 되게 많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외국인을 위해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유학생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인지 혹은 자신감이 부족해서인지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작년에 국제교류본부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글로벌 서포터즈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적어서 아쉬웠다. 외국인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제주대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교생활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대학 생활에서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생이면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서 대화해보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봐야 하고,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대학 생활을 재미있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유학을 왔으니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공부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제주대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들은 유학 생활을 기회로 삼아 다양한 경험을 체험해봤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한번 사는 인생을 좀 더 재미있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을 똑같이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학교생활 초반에는 외국인이라서 무시당했던 경험이 있다. 누군가에게 제주대에 외국인 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던 경험도 있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이 있다면 제 위치에 맞는 올바른 말과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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