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닮은 현대인 삶
‘신세대’서 글의 정신 배워
기약 없는 꿈 계속 좇아야

>> 전지적 제주 작가 시점 < 7 > 오광석 시인
 

오광석 시인

▶반복되는 일상 다룬 시집 <이상한 나라의 샐러리> 출간 계기는.

시인에게 시를 쓰는 특정한 계기라는 것은 없지만 샐러리맨으로 오래 생활하다 보니 당시 그들이 갇혀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아침에 출근해 컴퓨터 보고, 일하고, 퇴근하는 등의 반복되는 시간이 어제든 오늘이든 같았다. ‘내일도 시간은 같겠지’, ‘사실 시계가 고장 난 것이 아닐까’하는 상상으로 작품을 썼다.

제시간에 밥을 먹지 못하고 일과 스트레스에 치여 사는 것은 현대인의 보편적인 삶이다. 정시에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모범적인 삶과 거리가 멀다. 정상적으로 흘러가지 않는 데 보편적인 삶이라니, 마치 이상한 나라처럼 다가왔다.

▶본업은 직장인이다.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며 겪은 어려움은.

바빠도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 글 쓰는 사람들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글은 쓰고 싶을 때 써야 해 계속 짤막한 단상 같은 글들을 쓰곤 했다. 일하는 도중에도 상상을 통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옮겨 적었다. 이런 글들은 짧게 끊어지는 경향이 있어 밤에 다시 이야기를 풀어내 길게 재편집하는 작업을 거쳤다. 남들의 정리되고 탄탄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희한한 작품들이 나오는 이유인 것 같다.

▶글쓰기를 이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은.

국문과 출신도 아니었던 내가 글을 배우고 싶어 찾아간 제주대학교 문학동아리 ‘신세대’에서 글의 정신을 배웠었다. 사회 부조리를 말하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글 말이다. 

고등학생 시절 그저 상을 받으려 글을 썼다면 대학 시절부터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를 배웠던 시간과 과정들이 지금의 글을 쓰는 나를 만들었다.

▶글을 써온 기간에 비해 등단 시기가 늦다. 등단 동기는.

제자리에 머물러있을 뻔했지만, 동료들과 선후배 작가들로부터 깨우침을 얻어 등단하게 됐다. 

등단이라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희한하고 모순적인 제도다. 왜곡된 절차이지만 작가들이 전면에 나올 수 있는 공간이 그밖에 잘 없다.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집이나 소설집을 내서 활발히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주목받기는 힘든 정황이다. 애초에 우리나라 시장은 책 천 부를 내도 다 팔리기가 힘든 구조다. 특히 시집은 더 그렇다.

▶열악한 조건에도 시를 쓰는 이유는.

원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상상은 시인보다도 소설가에게 더 어울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상상을 글로 표현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글들을 모아 작품을 만들거나 짧은 글귀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그렇다. 

소설과 달리 압축미가 있는 것이 시의 장점이기도 하다. 요즘은 시편들도 정교하고 문장이 능수능란해야 선호 받는 경향이 있으나 리얼리티를 추구하고자 한다.

▶평범한 내일을 위해 살아갈 샐러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직장 생활하는 이들이 낭만을 갖고 낙관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또 직장을 단순히 월급을 받는 곳이 아닌 꿈을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직장에 들어갈 것인지 보다도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직장, 꿈, 돈벌이 이 세 가지 모두가 일치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차선책, 차차선책을 고려하면 된다. 설사 내 꿈과 관련 없는 직장에 다닌다고 한들 그 꿈을 이룰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그 꿈이 40대 혹은 50대에 이뤄진대도 뒤돌아보지 않고 좇아가길 바란다.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은.

작가 활동을 하며 4ㆍ3 관련한 시편을 매년 발표하는데 이를 모은 단행본을 계획하고 있다. 사건을 고발하는 글들은 많이 쓰여와 이제는 후손이 바라보는 4ㆍ3을 얘기하고 싶다. 설화든 전설이든 잊힌 사건과 공간들을 다시 찾아가는 새로운 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4ㆍ3을 다룬 작가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과 오광석이라는 사람만의 작품집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망설이게 되긴 한다. 그 때문인지 환상적인 글을 쓰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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