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윤 기자

필자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청와대를 탐방해 본 경험이 있다.

이번 새 정부가 최고 권력자의 전유 공간을 74년 만에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하는데 고등학생 때와는 얼마나 다를지 궁금해 청와대 경내와 북악산 등산로 신규 개방구간을 둘러보고 왔다.

등산로 코스와 청와대 경내를 둘러보는 데는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관람 프로그램은 존재했으나 경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못했던 기존과는 달리 이번 개방은 건물 내부를 제외한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상춘재, 대통령 관저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경내를 돌아보고 있었다.

경내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본관이었다. 본관은 푸른 지붕을 가진 집으로 우리나라 건축 양식 중의 하나인 팔작지붕으로 아름답게 지어졌다.

본관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뜨거운 햇빛 아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본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야 말겠다는 사람들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필자의 기억에 남는 곳은 항상 봄이 있다는 의미의 ‘상춘재’와 매년 어린이날이면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한 ‘녹지원’이다.

해외 귀빈에게 우리 가옥의 멋을 알리는 공간인 상춘재는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이용됐던 장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회동했던 공간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또한 우거진 수목을 지닌 녹지원은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가 있어 기념식수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뿐더러 120여 종의 나무 종을 지니고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다.

청와대 등산로 전망대에서 경복궁과 도심을 바라보는 풍광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등산로 전망대에서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단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짧은 기간 안에 등산객들을 위한 발판을 조성했고, 간이 공중화장실과 안내소, 표지판 등 편의시설을 마련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처럼 전면 개방된 청와대를 다녀오니 ‘대통령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던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국민의 공간’임이 확연히 느껴졌고 탐방하며 보는 맛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청와대에 물밀듯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청정 공간이란 이미지와 개방 전의 상태를 보존할 수 있을지 우려됐다.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들어온 만큼 청와대 관리를 책임질 문화재청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청와대를 탐방하는 이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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