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개교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제주대학교는 제주와 도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제주의 아픈 역사와 재건, 발전의 성취들이 제주대학교 70년에 새겨져 있다.

제주대학교는 언제나 제주사회의 ‘지성과 담론의 중심’에 있었다. 중심에서 앞장서 시대 정신과 과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며 진전했다. 이는 제주대학교의 정체성이자 발전의 핵심 토대다.

70년 이후 제주대학교를 생각한다. 생각의 지점은 올해 ‘6ㆍ1 지방선거’에 머문다. 미래 담론과 구체적 실천 공약들이 쏟아지고 교류하는 지방선거에 제주대학교의 자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방 선거 담론의 구심점이 제주대학교가 되고 있나 심각히 점검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회복과 경제적, 사회적 격차 해소, 제2공항, 환경ㆍ생태 문제, 4ㆍ3특별법 이후 과제, 미래 산업 전략, 교육 공공성 강화, 4차 산업혁명 등의 미래 대비, 국제자유도시 및 특별자치도 실효성, 가짜뉴스의 전면화와 지역 언론 침체 등 많은 과제와 요구들이 지방선거에 쏟아지고 있다.

거대한 용광로 같은 공론장에서 제주대학교의 이름을 찾기가 어렵다. 논리적으로 시대를 관통하거나 미래를 한발 앞서 주도하는 혁신적 담론과 대안들이 대학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언론사 기고문, 방송사 비평 자리에서도 지방선거 담론과 관련한 대학 관계자들의 이름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대학이 공론장을 이끌지 못하다 보니 후보 진영에서 나오는 공약들이 비현실적이거나 시대적 요구에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일념으로 이익집단들이 결탁해 고안한 대중 영합적 공약들도 남발된다. 지금의 삶과 연결되지 않은 담론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과 제주 공동체에 돌아간다.

후보별, 진영별 편 가르기와 갈등이 심각해져 정치 냉소와 막대한 사회 비용을 초래한다. 도민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는 담론은 공허한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사실 이는 예고된 결과다. 공론장에서 대학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근본 이유는 대학에 대한 권력과 자본 구속력이 갈수록 커지는 데 있다.

정치, 자본으로부터 크게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누리는 대학이라면 권력과 자본의 경계를 초월한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 마련이 수월했을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물적 토대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난 5월 9일 김일환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총장 직할 (가칭)재정확충전략팀을 구성해 운영하겠다. 학생들은 등록금과 학습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교수들은 의욕을 갖고 연구와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발언에서 대학이 처한 시급한 현실을 확인한다.

대학은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충함과 동시에 재정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야 미래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급변하는 미래에서도 제주대학교는 담론을 이끌고 담론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가속하는 권력 집중의 흐름에 대학까지 빨려 들어간다. 제주대학교 본연의 자리를 버티며 지켜야 하는 중대한 도전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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