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어진

사회학과 1

<논어>에서 자유는 말했다. “임금을 섬김에 번거롭게 자주 간언을 하면 곧 치욕을 당하게 되고, 친구에게 번거롭게 자주 충고를 하면 곧 소원해지게 된다.”

처음에는 이 말에 반대했다. 20년을 조금 더 산 풋내기가 2000년도 더 산 <논어> 앞에서 목을 빳빳이 들고 ‘이게 고전의 지혜냐’고 따져 물었다.

그런데 대학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자유의 말이 옳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서 누군가를 알아갈 때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제주대학교 학생 상담센터에서 오는 5월 27일과 6월 3일 이틀 동안 “인간관계? 나만 힘든 걸까?”라는 제목으로 집단 상담을 진행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법. 그만큼 인간관계에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다.

최근 한 친구와 소원해지면서 대학의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금 숙고하게 됐다. 특히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는 큰 다툼보다 가치관 차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이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청소년까지의 친구는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가는 관계였다면, 경험의 축적으로 머리가 커진 지금의 우리는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쉽게 가치관을 바꿔 줄 생각이 없다.

그러니 상대의 삶에 너무 개입하기보다는 최대한 충돌을 피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대학이라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능력이 됐다. 

신뢰받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겉모습을 너무 꾸며내는 것은 위험하다. 말과 행동을 검열하는 방어적인 태도는 개인의 매력을 제한하고, 남들이 보는 모습과 내가 보는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나는 나다워야 한다. 억지로 애쓰지 말고 그 상황에서 흘러나오는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당황해서 얼버무리는 모습이어도 괜찮다. 그게 내 모습이라면 실수의 여지를 그냥 두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아동문학가 쉘 실버스타인은 그의 또 다른 저서 <The Missing Piece>에서 같은 교훈을 준다. 자기 몸에 빈틈을 메울 한 조각을 찾아다니던 주인공은 구르고 구르다가 스스로 빈틈없는 온전한 동그라미가 됐다.

인간관계에 있어 불안한가?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있으면 된다. 그래도 괜찮다는 믿음을 스스로 주는 동안 온전한 동그라미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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