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녹색당 광역의원 비례대표에 도전한 신현정(정치외교학과 4)씨

신현정 정치외교학과 4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

2010년대쯤부터 재개발 기대나 부동산으로 집값이 폭등해 이득을 크게 봤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때만 해도 정치가 이런 삶을 해결해주는 희망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정치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기득권 싸움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녹색당을 접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인물론을 지양하고 강한 정당론을 추구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여성 당원의 정치적 대표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가장 보통의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대의원을 추첨제로 선출하는 것도 신선했다. 무엇보다 제주의 생태를 지키는 현장에 항상 있었다. 녹색당이 제주도의회에 진출해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스무 살에 당원 가입을 해 스물다섯이 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가.

올해로 6년 차 정당인이다. 청년녹색당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지냈고, 이번 지방선거에는 출마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이다. 정치가 집안, 행정가 집안, 퇴직한 관료, 지역 유지 집안의 자녀, 아니면 학생회장 출신, 그리고 남성이어야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출마를 결정하는 건 분명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마까지 선택했다. 동시에 스물셋의 어린 여성이 정치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치는 보통의 시민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업과 선거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어떤지.

정치외교학과 17학번으로 재학 중이다. 활동하다 보면 학교에서 배웠던 것에 더해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한다. 휴학하고 인권단체에 다니던 시절 선흘1리 사례를 기반으로 마을공동체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연구했다. 그런데 올해 이 마을의 곶자왈이 결국 마을의 엄청난 갈등 속에서 자연체험테마파크 사업자에게 팔렸다. 그저 공부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더 소통, 협력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 했다. 

연구로 남는 연구, 공부로 남는 공부가 학문 세계 안에서는 분명 의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삶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선거 이후에 마치지 못한 공부를 더 하게 될지, 지금처럼 현장에 있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처럼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을 것이다.

▶ 제주대 학우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

또래인 제주 청년들은 특수한 시대를 함께 겪고 있는 동료들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근대적인 공간처럼 여겨졌던 제주도는 유토피아 공간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삶이 좋아지고 행복해진 건 아니다. 신화역사공원, 드림타워와 같은 거대 개발사업이 가져온 일자리는 아르바이트, 룸메이드, 놀이기구 관리 같은 일자리이다. 10년 전에 4천만 원이던 집값은 7~8억이 됐다. 관광객에게는 힐링의 공간이지만 정작 도민에게는 저임금 과노동의 불행한 공간이라는 간극을 어떤 정치로 해결해내느냐가 우리 세대의 새로운 과제일 것이다. 이 혼란한 시대를 함께 겪고 있는 동료인 학우분들과 이 과제를 같이 해결해나가고 싶다.

▶선거 소감.

2018년 녹색당 제주도지사 캠프 이후 두 번째로 치른 선거다. 이번에는 직접 나서 뛰었다는 것이 차이다. 스물셋에 출마를 결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시민사회활동가로 일하다 그만두고 정치를 한 이후에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런데도 정치의 희망을 전하고 싶어서 도전했다.  

선거 기간 내내 정치를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싶어서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낙선했지만, 출마를 후회하지 않는다. 선거는 나에게 녹색전환으로 가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지 최종 목표는 아니다. 이기든 지든 또 다른 과제와 현장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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