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글 잇따라 게시돼
지나친 선동, 명예훼손 해당
“지나친 혐오 멈춰야 해”

일러스트 현예원(사회교육과 3)

‘모 학회장은 들으라’

최근 대학 내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이다. 인문대학 중 한 학과 학회장의 잘못된 행실이 학교 SNS를 통해 알려지며 특정 대상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해당 게시글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이를 본 제주대 학생은 ‘모 학회장’에 대한 추가 폭로글과 함께 사과문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학 내 커뮤니티, 일명 에브리타임은 국내 최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로 대학 캠퍼스 390여 곳이 참여하고 이용자만 523만 명에 달한다. 

에브리타임은 학과별ㆍ주제별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모든 활동은 철저한 익명 보장 시스템 아래 이뤄진다. 

자유로운 익명 공간 안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일상 이야기뿐만 아니라 학과나 집단  내 불미스러운 사건을 공론화하는 용도로 이용한다. 에브리타임을 통해 피해자의 목소리가 공론화되며 가해자 처벌 및 사과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셈이다. 

보통 에브리타임에 특정 대상을 비방하는 게시물이나 학과, 단체 내 불미스러운 사건을 공론화하는 글이 게시되면 사실 확인보다 비방이 우선으로 이뤄진다. 해당 글 외에도 온갖 조롱 게시물이 올라오는 한편 학과,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이나 특정 대상의 개인정보를 찾아내는 일명 ‘신상털이’도 한창이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에브리타임이 아니었다면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저 개인의 몫이 될 수도 있었다. 개인의 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모두 함께 힘내서 사건의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난과 신상털이도 해당 사건 가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브리타임에 특정 대상을 유추할 수 있는 비방글을 쓸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설사 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지나친 비방과 혐오표현이 게시된다면 모욕죄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학생들은 폭로글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며 신상털이는 또다른 범죄라는 주장을 펼쳤으며, 지나친 비방과 혐오 표현은 옳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에브리타임 내에서 지나친 비방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당할 수 있다. 최근 모 대학에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24살 여대생 A씨에게 벌금형 100만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에브리타임 내에서 폭로글 목적에 맞지 않는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거나 거짓된 정보로 선동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익명성’ 아래 숨겨진 부정적인 현상도 나타나 에브리타임 내에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타났다. 

B씨는 “특정 대상을 유추할 수 있는 논란 게시물과 이에 관한 혐오 표현들을 규제할 방안이 없어 더욱 심각해지는 것 같다. 사건을 공론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글을 통해 선동할 수 있고, 사실 관계없이 무작정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비방, 혐오 게시물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1년 2월부터 9월까지 국내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수집한 혐오표현 게시물은 총 597개이다. 이런 혐오표현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나왔으나 현재는 ‘신고누적에 따른 자동삭제 시스템’을 시행하는 등 소극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사업자에 대한 의무 부여 등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B씨는 “에브리타임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장소이기도 하고 많은 학생이 이용하다보니 사건을 공론화하기에 제격인 것은 이해한다. 물론 나도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보면 같이 분노하고 사건의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나친 비방과 혐오표현에서 더 나아가 신상털이는 사건 속 피해자를 위한 공감보다 개인의 재미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 글이 사실이 아니라면 비난을 받은 당사자의 상처는 다들 모른 척 할 것이다. 우리는 익명 속 글들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사건이 공론화됨과 동시에 그 대상의 명예는 훼손될 수 있다는 이중적 기능을 잘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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