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당선

통영 바닷가의 소년이던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조각배를 빌려 타고(주인 허가는 없었으리라) 밤낚시를 나갔더랬다. 달그림자 드리우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밤. 고기는 기별 없고 하품 소리만 간간이 들리던 밤. 뭍 쪽에서 웬 그림자 하나가 조각배 쪽으로 돌멩이를 집어 던지더랬다. 혈기 왕성한 어촌 소년들은 쪽수도 많겠다, 웬 놈 새끼냐며 한참이나 욕지거리를 퍼부어 주었을 것이다. 그림자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바다는 다시 고요하더랬다. 소년들이 우쭐해진 것도 잠시, 자그마한 자갈들이 비처럼 우수수 쏟아지더랬다. 소년들은 도깨비의 요술에 혼비백산하여 노를 저어 꽁무니를 뺐더랬다.

슬레이트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방안을 채우는 밤이면, 나는 그 옛날 소년들을 골려주던 장난기 가득한 도깨비의 얼굴을 그려보곤 한다.
 

일러스트 홍예원(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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