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당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루고 줄곧 살아왔던 사촌언니는
말없이 할아버지의 옷가지들을
쇼핑백에 담아서
밖에 내다버렸다.
친척들과 저녁밥을 같이 먹다가
문득 생각난
할아버지의 옷가지들
쓸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할아버지와 늘 함께 했던 것은
바빴던 가족들이 아니라
마지막 숨결이 닿았던
옷가지들이었다
할아버지의 몸을
끝까지 감싸주던
옷가지들이었다.
주인을 잃어버린 옷가지들이
그리 쓸쓸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저 버려졌기 때문이 아니라
수십년간 존재하였던 생명의
기다란 흔적이,
고작 다 늘어져
내다버려 지기를 기다리는
팬티, 런닝구처럼
보잘것없는 것이구나
눈물 한 움큼이
저도 모르게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재은(국어국문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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