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문학상은 42년을 맞은 전통이 있는 대학 문학상이다. 응모작의 수준이 작년에 비해 대체적으로 상승되어 있다. 백록문학상은 지역 문학의 바탕이 되는 문학상으로 늘 가능성의 신예를 기다리게 된다.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작품들을 살폈다.

수상권에서 논의가 있었던 응모자는 고하나, 강혜린, 정재은, 김정현 등이다. 고하나(경영대학원 3학기)는 응모작 중에서 「이불을 널며」가 눈에 띄었다. 일상 소재에서 삶의 의미로 확대하는 시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응모작과의 편차가 있어서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하게 되었다.

강혜린(초등교육전공 4)은 시적인 자세를 지닌 모습에서 믿음을 준다. 시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모습이 앞으로 시를 쓸 가능성을 짙게 보여준다. 「pathy」는 대상과 ‘나’를 교체하면서 말하는 솜씨가 프로의 모습이다. 특히 「무성」에서는 표현이 낯선데 전하는 감정이 온전히 설득되는 점이 놀랍다. 이미지를 지나치게 감추지 말고, 관념적인 요소를 지우며 계속 시를 쓰면 좋겠다. 

정재은(국어국문학과 4)은 요즘의 시를 많이 읽으며 시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름의 가치관을 지닌 채 시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시에 대한 애정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여 미덥다. 「피아니시모」나 「소묘아이」의 자연스러운 말부림이 좋다. 「슬픔을 말하는 방식」은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며 시를 보여주겠다는 선언으로 다가온다. 할아버지의 유품에 대해서 말하면서 절제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는다. 

김정현(국어교육과 4)은 삶의 고민이 시에 녹아들어 있어서 심사를 보는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야간 비행」에서는 “이 섬에 먼저 뿌리내린 이국의 나무가 나를 반긴다”에 나타나듯 이륙과 착륙으로 제주에서의 삶을 말하면서 “표류” 하듯 시를 쓰는 점이 시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읽힌다. 「도깨비 이야기」는 백석이나 미당의 시를 보는 듯 이야기 시의 전범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야기를 하면서 메시지와 연결 짓는 능란한 구성이 이 작품의 미덕 중 하나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번에는 공동 당선으로 정했다. 한 명을 가작으로 정하는 것보다 두 학생의 작품이 모두 우수하여 공동 당선으로 정재은과 김정현을 내세운다. 당선된 두 사람은 자만하지 말고, 시를 계속 쓰기를 기대한다. 낙선한 고하나, 강혜린은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고 여기고 시를 놓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응모자들도 가능성이 있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