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심사평

김동현

문학평론가

이번 백록문학상 소설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응모자들이 과연 ‘소설을 읽고는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소설가는 ‘쓰는 자’이기 전에 ‘읽는 사람’이다. 

소설은 단지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도구가 아니다. 단편 소설은 더더욱 그렇다. 단편을 읽으면서 우리들은 일상의 삶에 예리한 메스를 들이대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찰나의 진실’과 만난다. 줄거리가 소설이 아니다. 단편의 성패는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는데 있다. 

응모작 중에서 눈여겨 본 작품은 ‘드러밍’과 ‘원숭이’였다. ‘원숭이’는 4·3 토벌작전에 참여했던 노인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원숭이’는 비교적 문장이 안정되어 있지만, 소설, 특히 단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품이었다. 

토벌작전에 참여했던 노인이 주인공이지만, 아흔이 훨씬 넘은 인물의 내면 묘사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소설 속 배경 중 하나인 ‘보성시장’을 굳이 각주까지 표기하면서 설명하는 대목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설에 대해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면 최근 소설, 특히 단편들을 읽어 보길 권한다. 

소설은 주장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작위적인 인물 설정,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 등의 연속은 소설을 자신의 주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드러밍’은 매력적인 인물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 드럼을 배우면서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성장 소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형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흡입력이 놀라웠다.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 눈에 거슬렸지만 장면을 만들고, 대화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힘이 느껴졌다. 응모작 중에서 유일하게 단편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안정적인 문장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 인물을 생동감있게 만드는 재주가 돋보였다. 계속 정진한다면 좋은 작가 한 명이 탄생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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