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 소감

송성현

국어국문학과 3

나는 제대로 된 소설을 써본 적이 없다. 그래서 소설이란 뭘까, 하는 마음으로 장소를 만들고, 주인공도 등장시키고 그랬는데 자꾸만 글이 산으로 가고 있다. 소설은 내가 열심히 망칠 테니 그냥 주인공들 모두 산으로 가버렸으면 좋겠다. 갈등도 불행도 없는 그곳에서 산나물도 뜯고 농사나 지으며 자연인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당선됐다는 문자를 받고 처음에는 기쁘기보단,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컸다. 백록문학상을 위해 준비하던 다른 소설이 있었으나 마감까지 결국 완성시키지 못했고, 그나마 완성됐다 생각된 소설을 꺼내 다시 퇴고해 이번에 투고했다.

차마 내가 놓지 못한 소설과 문학이 아픈 독은 아닐까, 하며 그렇게 나를 자책하는 시간이 계속됐다. 나는 문학을 독으로, 도구로 쓰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감사하게도, 내가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 손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상한 데서 힘을 쓰고, 쓸데없는 것에 감정을 소모하고 나니 내 손에 완성되지 못한 글들만 다발처럼 남았다. 가끔 나는 소설이 아닌 위조소설을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간단하다. 위조지폐가 경제를 망치고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 듯, 위조지폐를 만들면 쇠고랑을 차고 감옥에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위조소설은 소설 비슷한 무언가지만, 독자를 잠이 들게 만들고 가끔은 화도 나게 만든다. 이 위조소설을 만드는 행위는 새벽에 홀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남과 행위를 공유할 수도 없다. 가히 범법적이다. 

정밀하게 만든 위조지폐를 슈퍼노트(supernote)라고 한다. 이 슈퍼노트는 전문가도 진위를 감별하기가 어렵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언젠간 나도 소설에 가까운 위조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되묻는다. 밀도 있는 문장을 자아내는, 소설의 이데아에 가깝게 다가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좋은 기회를 준 백록문학상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위조소설 덕분에 허구의 허구로 진짜 소설 몇 권을 사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지켜보며 공범이 되어준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펜을 쥐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글을 쓰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계속해서 붙잡는 희망이 나를 어디까지 몰아세울지. 그런 푸념들을 혼자 쏟아낸다. 오랫동안 만지작거렸던 펜의 촉의 젊은 피로. 조금씩 이 슬픔이 가득한 세상을 밀어내며 살아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도해주신 장인수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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