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도민 11만 명 ‘서울행’ 원정진료…
공공의료 강화 위해 제주대병원 상급종합병원 으로 지정돼야

좌동철

제주일보 편집부국장

무역학과 93학번

큰 병이 나면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로 가는 도민들이 많다.

원정 진료를 가는 이유는 제주지역 의료 수준에 대한 불신과 정보 부족, 진료의 한계,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에 따른 것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로 가면 치료와 입원, 간병에 있어서 많은 불편과 제약이 따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원정 진료를 떠난 도민은 전체 환자의 16%인 11만3820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도외로 유출된 의료비는 1870억원이다.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도민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원정 진료로 인한 도민 불편과 의료비 도외 유출을 해소하기 위한 상급종합병원 설치는 도민사회의 숙원 사업이 됐다.

감기ㆍ몸살 같은 경증환자들은 동네 병ㆍ의원에 가되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중증환자와 희귀질환은 제주대학교병원으로 가서 집중적인 치료와 고난이도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의료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윤 대통령, 제주 공약으로 약속

윤석열 대통령은 제주지역 공약으로 제주대학교병원의 시설과 장비, 인력을 확충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관광지 제주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 의료안전망을 구축해 의료격차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진료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 의료인력이 확보돼 중증환자를 체계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상급종합병원은 현재 45곳이다. 지난해 강원권에서는 2번째 상급종합병원으로 강릉 아산병원이 지정됐다. 강릉 아산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후 20%였던 일반 외래환자는 4%대로 떨어졌고, 암 환자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권 병원과 평가 ‘번번이 탈락’

인구 70만명에 한 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제주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이유는 제주가 서울권역과 묶여 있어서 서울 소재 대형 병원과의 경쟁에서 번번이 탈락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3년마다 병원의 의료인력과 장비, 시설, 교육 등 지표를 평가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한다. 

당초 제주 의료권역은 경인지역에 포함됐으나 중증질환을 앓는 도민들의 서울행 진료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2012년부터 제주를 서울권에 포함시켜 평가를 하고 있다.

제주권역이 서울권에 묶인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평가 기준이라면 제주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들어서기가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제주권역을 새로 분리해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세부 실천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제주대학교병원은 2023년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목표로 새로운 병동 건립에 나선다.

병동 추가 건립이 가능해진 이유는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 조례가 개정돼 병원 등 공공 목적 용도로 사용할 경우 건폐율(대지면적 중 건축 바닥면적)을 40%까지 확대할 수 있어서다.

이전까지 제주대학교병원 부지는 자연녹지로 건폐율이 20% 이하로 제한됐다. 현재 병원 건물의 건폐율은 19.44%에 달해 병상 확충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규제 완화에 따라 제주대학교병원은 병상 150개 규모의 ‘감염병 재난위기대응 하이브리드 병동’을 착공할 계획이다. 새 병동이 완공되면 제주대병원은 8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게 된다.

상급종합병원 진입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전문진료 질병군의 최저 비율은 34%다. 가령, 전체 입원환자 100명 중 34명은 집중적인 진료와 전문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채워져야 한다. 제주대학교병원은 현재 32.9%까지 향상돼 다른 국립대병원 수준으로 도달했다.

제주대학교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중증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에 집중하게 되면 제주지역 의료 체계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지역 거점 대학병원으로서 책임과 사명을 다하고, 지역 의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제주대학교병원의 목표대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야 한다. 제주도민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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