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당락이 결정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서 12곳에서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도지사와 제주 등 5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유권자들이 ‘정권 안정론’을 택했다는 언론의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전국적인 판세와 달리 제주에서는 민주당이 20년 만에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도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27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되었다. 28세의 역대 최연소 당선자를 비롯해 20, 30대 정치인들도 탄생했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부분은 정의당, 녹색당, 진보당 등 군소정당의 참패다. 3개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세운 정의당과 진보당은 모두 낙선했고,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보수 양당 정치의 독점 체제에 도전했던 제주가치 박찬식 후보는 3.4%, 녹색당 부순정 후보는 1.9%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진보 정치 세력의 참패 원인은 복합적이다. 수권 세력으로서 도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한계도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보수 양당 체제 아래서 제3의 정치세력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상의 적대적 동반자 관계인 양당 체제가 새로운 정치 실험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구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참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선택지가 줄어든 현실 정치를 탓해서도 안 된다. 패인에 대한 통렬한 분석이 필요하다. 

제주의 진보정치 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실패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 중 ‘계몽주의’와 ‘동아리 정치’의 함정만은 우선 지적하고 싶다. 녹색당이 선거 기간 동안 내걸었던 “관광객 수 절반으로 도민 행복 곱빼기”로라는 슬로건은 ‘계몽주의’의 한계에 갇힌 정치 언어였다. 관광객을 줄이고 기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제안의 실천 가능성은 둘째치더라도 ‘관광객 수 절반’이라는 구호에는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논리가 전제되어 있다. 당장의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강력한 권력의 행사라는 인식은 자칫 기후 마오이즘이 될 우려가 있다. 

현실적으로 지역 정당 설립이 불가능한 한 상황에서 시작된 제주가치 역시 이번 선거에서 분전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얻었다. 제주가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를 제주답게’ 만들겠다는 슬로건은 이번 선거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선거 패인에 대해서 여러 분석이 있겠지만 외연 확장을 위한 방법론은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치는 아홉 개가 의견이 다르더라도 하나만 의견이 맞으면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아홉의 의견에 동의하더라도 하나가 달라서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학문의 영역이어야 한다.

정치는 당위의 언어가 아니라 설득의 언어여야 한다.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어느 웹툰의 대사처럼 정치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진보 정치에 뼈아픈 조언을 이유는 하나다.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는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진보 정치 세력의 분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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