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 먼저 들여다봐야
우리네 분노 재밌게 표현
지역가치 품은 작품 필요

>> 전지적 제주 작가 시점 < 8 > 허유미 시인

허유미 시인

▶첫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에서 제주 문제들을 청소년 문학으로 담았다.

제주 속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해녀를 단순히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해녀 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동안 분명 즐겁기도 했지만 불편한 점들도 있었다. 삶의 모습은 다 같지 않기에 내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친척, 마을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다음 세대 아이들의 모습들을 넣으려고 했다. 따라서 이 시집에는 슬픈 이야기들과 동시에 익살스럽고 웃긴 장면들이 담겨 있다.

해녀로 기획을 시작했지만, 제주의 여러 모습을 비추기 위해 4ㆍ3과 개발 관련한 시들을 더했다. 책을 펼치면 지역별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표시한 지도를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여자, 2부에서는 남자 청소년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시점 전환의 이유는.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쓰고 나서 분류해 보니 1부가 2부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러웠다. 실제로 1부를 쓸 때는 나와 내 친구들의 경험을, 2부에서는 오빠나 오빠 친구들의 경험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앞부분은 여성 화자, 뒷부분은 남성 화자가 됐다. 읽어보면 그들의 말투 또한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의 시선으로 일상 속 차별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학창 시절에는 몰랐지만 자라고 나서 차별임을 알게 된 일들이 있다. 시 <모둠별 양식>에서 그랬던 것처럼 학생들이 진학하려는 학교에 따라 자리를 구분하는 등의 일 말이다. 또 어디 가서 해녀 딸이라고 얘기하면 항상 힘들게 살았겠다는 식의 동정이 먼저 나오곤 했다.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힘들게 산다는 것을 잘 몰랐다.

당시에는 그냥 웃어넘긴 적이 많았다. 이처럼 화를 내야 하는 부분을 오히려 재치 있게 표현하려 했다. 시 <올레길은 돌아서>에서 우리가 지나다니던 길을 관광객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올레길은 돌아서 간다’고 표현한 것이 그 예다.

▶최근 출간한 합동 시집 <시골시인-J>에서 다시 한번 해녀를 담았다.

전 시집에서는 청소년을 통해 해녀를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시로써 해녀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시인 네 명이 모여 제주를 소재로 쓴 시들을 수록했다. 해녀, 곶자왈, 고향 등 각자 자기 나름대로 제주를 표현했다. 함께한 시인들이 서로 다른 성향을 띄어 바라보는 것 또한 달랐다. 다른 제주를 표현한다는 묘미가 있다.

▶지역 작가가 갖는 부담감은 무엇인가. 지역 문제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가.

정말 많은 제주분이 제주의 모습들을 드러내려고 한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다들 제주에 관한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애써 드러내려 해도 제주 내에서 알려지고 외부까지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백 명이 드러내도 두세 명 혹은 열 명이 알기 때문에 그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꼭 작가들이 모두 제주에 관한 것만 드러내지는 않는다.

백석 시인이 평안도에서의 삶을 예술성 있게 풀어낸 것처럼 시인이라면 우선 자기 삶을 다뤄야 한다. 다른 삶을 이야기하는 건 그다음이다.

▶지역에 남아 글을 쓰는 시골 시인들에 전하고 싶은 말은.

의식할수록 중앙에 집착하게 되고, 치우칠수록 개인의 문화 예술성이 저해되기 쉽다.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펼쳤으면 좋겠다.

이미 제주에서 이름이 알려진 작가분들은 지역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먼저 발견한 분들이다. 중앙에서 그분들을 먼저 찾아 나섰다. 자신의 정체성과 지역의 문학을 하다 보면 저절로 알려지게 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아직 개인 시집을 내지 못했다. 대체로 주변에서 관찰해온 것들을 작품으로 쓰기 때문에 다양한 화자가 등장하는 개인 시집을 2년 안에는 준비하려고 한다. 시집을 낸 이후에는 산문집이나 다른 문학 작품 영역들을 공부하며 도전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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