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윤석열 정부의 첫 8ㆍ15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다 사법처리된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정부의 명예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은 어디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는 올해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8월 15일자로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통합에 초점을 맞춰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특별배려 수형자 등 특별사면 대상자 1693명을 결정했고, 이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재벌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했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상남도 지사 등 정치인은 제외됐다는 점도 이번 특별사면의 특이점이다.

제주도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첫 특별사면에 거는 기대가 컸었다. 그동안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정부가 투입한 공권력에 범죄자가 되고만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치유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4년부터 40여 차례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주민 특별사면을 정부에 건의했다. 도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관련 사법처리자는 253명이고 그동안 사면ㆍ복권된 주민은 4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12명은 여전히 전과자라는 오명을 달고 산다. 이 가운데 이번에 특별사면을 신청한 강정마을주민은 29명이었지만 어느 한명도 대상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국가공권력에 의해 강정주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인권 유린이 자행됐음에도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국가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지만 그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신분으로 강정마을을 찾아 마을주민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을주민들의 명예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사법처리자 완전 사면 등을 고민하고,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특별사면이라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포기했고, 대통령 국정지지율 20%대를 기록 중인 윤석열 정부의 터닝포인트를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실기했다는 혹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특별사면 자체를 원천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최근 오영훈 도지사가 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나왔다. “국가가 행정절차와 법적절차를 무시하고 각종 법률을 편법적, 위법하게 적용해 강행한 해군기지 건설사업에 저항하다 거꾸로 사법처리된 강정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정당방위이며, 무죄일 수밖에 없다”고.

지난 3월 7일은 강정마을의 상징인 구럼비바위가 발파된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는 ‘구럼비 발파 10년 기억 행동: 오늘도 이어지는 강정의 하루’의 주제로 문화행사를 진행하며 “우리는 여기 강정에 남아 진실을 밝힐 것이고,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면 구럼비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노래했다. 그 역사의 진실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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