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서 경영정보학과 2

각종 사회적 난항과 코로나 블루가 겹친 요즘 가장 트렌디한 키워드는 바로 ‘힐링’이다. 비단 올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힐링이란 키워드가 성행한 건 힐링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의 베스트셀러가 출판됐던 2018년이었다. 그리고 짧은 트렌드일 줄 알았던 힐링콘텐츠들은 여전히 쏟아지듯 발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길어지는 펜데믹에 코로나 블루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요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들은 왜 책 표지부터 누워있냐’라는 게시글에 많은 소비자가 공감해 밈으로 번진 사건은 무분별한 힐링콘텐츠 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증거로 남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홍수와 같은 힐링 공급에 난색을 보이기 전에 공급엔 그에 맞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수많은 힐링콘텐츠가 표류하듯 시장에 떠다니는 것은 그토록 힐링을 원하는 소비자 수가 방대하단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부한 콘텐츠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진부할 만큼 대량생산 되는 콘텐츠의 수요, 즉 이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나 그 콘텐츠가 ‘위로와 치유’에 관한 것이라면 말이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 타이틀을 가진  2030 청년들을 이르는 말 중 ‘N포 세대’가 있다. 취업난과 집값 폭등 탓에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한 세대란 뜻이다. 그리고 2020년부터 시작된 전국민적 코로나블루는 이런 세대적 불안에 우울을 더했다. 그 와중에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 떠오른 키워드는 번아웃이었다.

우울도 셀프 체크법 블로그 포스팅과 번아웃테스트 사이트 링크, 취업난과 집값 폭등으로 메워진 신문 기사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청년들 눈앞에 가득 놓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종이 한 장, 영상 한 편이라도 힐링을 찾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괜찮아 잘될 거야’라는 가사가 괜찮은 미래를, 해피엔딩 영화가 내 인생의 행복을, 귀여운 집을 가꾸는 가상 게임이 내 보금자리를 보장해 줄 수 없어도 구석에 몰린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까. 그것이 관념적이고 진부한 두시간짜리 위로라도 말이다.

이런 시대에 힐링을 찾는 소비자와 수요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는 판매자, 그리고 폭우처럼 쏟아지는 대량생산 힐링 상품을 비판하는 데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를 향한 비판이 아닌 위로를 불러낸 고통의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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