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권에서는 죽은 혼백(넋)을 귀신이라 한다. 사람이 죽으면 혼과 백이 영원히 분리된다. 혼은 양기로서 정신이고 백은 음기로서 육체를 뜻한다. 혼백의 분리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일어난다. 다시 말해 유령은 죽은 사람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나타난다. 초심리학에서 관심을 갖는 유령은 위기유령, 재현유령, 공동유령의 세 종류이다. 위기(crisis)유령은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모습이 영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유령이므로 대개 한 번 나타난다. 재현(recurrent)유령은 특정한 곳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죽은 사람의 혼령이다. 흔히 고스트(ghost)라고 불린다. 공동(collective)유령은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나타나는 생자 또는 망자의 넋이다. 유령의 체계적 연구는 19세기 말 영국 심령연구학회(이하 SPR)에 의해 최초로 시도되었다. 1889년 1만 7천여명을 대상으로 유령 경험을 조사했는데 9.9%(1천6백여명)가 위기유령이나 재현유령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공동유령을 경험한 사람도 일부 있었다. 유령에 관한 이론은 많지만 모든 종류의 유령을 만족스럽게 설명한 것은 아직 없다. 대다수가 인정하는 이론은 유령을 정신적 환각으로 간주하는 설명이다. 초심리학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 환각 이론은 SPR 창립자들의 텔레파시 이론이다. 위기유령은 죽음이 임박한 친지와 텔레파시로 접촉할 때 생기는 환각이라는 주장이다. 사람의 뇌는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순간 최후의 생존 시도로서 멀리 떨어진 친지에게 마음으로 상황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나타나는 위기유령은 텔레파시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재현유령이나 공동유령은 텔레파시에 의해 발생된 환각으로 보기 어렵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사이에 텔레파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망자의 동일한 유령이 여러 차례(재현유령) 또는 많은 사람에게(공동유령) 나타나는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 일부 초심리학자들은 강력한 심령능력인 슈퍼 초감각적 지각 개념을 동원한다. 슈퍼 초감각적 지각으로 유령을 설명하는 학자들은 두 가지 색다른 주장을 제안한다. 하나는 무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의 전말이 훗날 사람들의 심령에 의해 입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령 처녀귀신이 특정 장소에 계속 나타나는 까닭은 그곳에서 피살당한 처녀의 억울한 마음이 서려있기 때문이라는 식의 설명이다. 다른 하나의 설명은 환각으로 유령을 본 첫 번째 사람이 받은 충격과 공포감이 해를 거듭할수록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면서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유령이 출몰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결론적으로 두 가지 해석은 유령이 오로지 살아 있는 사람의 심령능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다른 초심리학자들은 유령을 사람이 죽은 뒤에도 존재하는 영혼이나 의식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무형존재이론이다. 사람이 죽어 육체가 땅으로 돌아가더라도 영혼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유령으로 지각된다는 이론이다. 두 가지가 모두 추측에 불과할 따름이고 대부분의 초심리학자가 동의하는 유령이론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