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이 한국에서 제 계절을 만났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듯한 복권계절은 학교 교정에도 서서히 찾아오더니 보일 듯 말 듯 학생들 사이에서 번져나가고 있다. 복권은 새로운 오락이며 현대판 도박의 보기 좋은 포장이라 할 수 있겠다. ‘제비를 뽑아서 맞는 표에 배당을 주는 표찰’이란 뜻으로 정의되는 복권은 도저히 ‘실력’이란 단어를 써먹을 수 없는 재수 반, 운 반의 게임이라고도 단정할 수 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여성과 대학생의 온라인 복권 구매율은 대폭 상승했다. 또 시내 곳곳에 복권을 사거나 긁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꾸며 논 이른바 ‘복권방’이 하나 둘 씩 자리를 잡고 있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런 현상이 자연스런 시대적 결과일 수도 있다. 단 구매자 측이나 판매자 측, 혹은 생산자 측에서 이를 너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 생산자 측을 먼저 살펴보자. 올해 9월에 새롭게 선보일 온라인 연합복권 ‘로또복권’은 복권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1등 상금이 커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상금이 커지면 당연히 복권을 사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이 복권사업의 주체는 건교부, 과기부 등 7개 정부기관이다. 수익금을 각 사업에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는 원칙적으로 복권 발행을 사행(射倖)행위로 규정해 법률로 막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해석하기가 힘들다. 구매자 측을 보자. 몇 억, 몇 십억, 심지어는 백 억까지 등장한 당첨금액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덤벼드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5천원을 투자해 5백원을 건져도 마냥 좋은 것이 복권이다. 자신의 정당한 노력으로 돈을 벌지 않고 요행수(僥倖手)로 돈을 벌겠다는 옳지 못한 생각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얼마 전 55억이 당첨된 사례가 있어 이 그릇된 인식은 급속도로 퍼져간다. 이와 같은 사례는 성실히 일해 열심히 저금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의 가치를 잃게 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생 신용카드 남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복권은 휴대폰 결제나 신용카드 결제가 많은데, 소액결제가 거의 없는 신용카드로 5백 원짜리 복권 20장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 냥 사들인다. 거짓말 쟁이 투성인 복권방도 문제이다. 최근들어 복권방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어 그 수가 자고 나면 증가해 있는 게 현실이다. 더 이상 부끄러운 일도 아니기에 시내 곳곳, 대학로 주변, 큰 길가 등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다. 홍보도 가지가지다. 당첨 사례 등 없던 이야기를 꾸며내는가 하면 가짜 당첨복권을 제시해 손님을 상대로 심리전도 펼친다. 정말 대박이 터져 백만장자가 되면 반드시 행복해지리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상금의 분배 때문에 가정이 파괴된 사례도 있으며 여기저기서 기부 협박을 했다고도 한다. 사실 일확천금의 배당은 우리에게 먼 얘기이다. 해봤자 5백원, 1천원이 당첨된 복권을 다른 복권으로 교환하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결국 우리에겐 시간낭비, 돈낭비, 아쉬움과 허무함만이 남을 뿐이다. 현실을 보자. 복권 긁을 시간에 공부를 하면, 복권 살 돈으로 한 끼 식사를 더 하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잘만 하면 복권 고액 당첨금보다는 못하지만 장학금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우리, 대학생들에겐 복권이 주는 기쁨 말고도 스스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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