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누군가 현실 속에서 사이버 스페이스를 찾았다면, 그것은 아마 ‘대학’이리라.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이요, 시행착오가 허용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장(場)이다. 특히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혹독한 규제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우리 젊은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출결석과 등하교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고, 복장과 두발에 간섭받지 않으니 내가 꿈꾸던 패션을 그대로 연출해 볼 수도 있으며,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술집이든 영화관이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져야 하지만. 그러기에 대학에 갓 들어온 새내기들은 갑작스레 주어진 자율과 자유로부터 도피하고픈 심정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자율과 자유는 제 멋대로 사는 데 쓰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비판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는 한 더 나은 것이 나올 수 없고, 엄격한 규제 속에서는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나은 뭔가를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하고, 그러한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대학에서의 넘치는 자유는 창조적 비판을 위해 쓰여질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무조건 열심히 뛴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취업이 급하더라도 대학 4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취업은 잘 살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잘 사는 것이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 다니면서 도대체 잘 산다는 게 무엇이고,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에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의 기쁨을 만끽해보는 것이다. 몰랐던 것에 대한 깨달음의 기쁨은 그 어느 것에도 견줄 바가 아니다.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아하!’ ‘아하!’ 하는 탄성이 많이 터져 나왔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공 서적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기워주는 교양 서적들도 많이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인생길을 비춰줄 단 한 권의 책이라도 발견한다면, 그대는 행운을 얻은 것이리라.

  그러나 대학생활은 강의실과 도서관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는 것은 대학생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동료와 선후배들과 적극적으로 사귀고, 교수님 연구실을 자주 방문하라. 그러다가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진정한 친구와 선배, 그리고 단 한 명의 진정한 스승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어렵고 힘든 인생길을 가는데 두고두고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학과와 동아리 행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교내외에서 열리는 수많은 세미나와 전시회와 공연장을 찾아가 번뜩이는 지성과 감성을 함께 느껴보라. 그리고 시간나는 대로 제주도의 곳곳을 둘러보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국내외를 여행해보라. 그리고 자원봉사나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봉사와 노동의 참 의미를 느껴보라. 아마도 자아(自我)가 확장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 4년, 이 모든 것을 하기엔 너무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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